북, ‘봄철 위생 월간’ 맞아 옷차림 단속

앵커: 북한 당국이 ‘봄철 위생 월간’을 맞아 거리와 마을 꾸리기와 함께 주민들 옷차림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기강을 잡고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3월과 4월은 ‘봄철 위생 월간’입니다. 겨울내 쌓인 오물을 치우고, 공공건물과 살림집의 외부 도색도 새로 해야 합니다. 올해는 위생 월간을 맞아 주민들의 옷차림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위생 월간을 맞는 첫날부터 길거리 곳곳에 노동자 규찰대와 학생 규찰대가 살벌하게 깔렸다”며 “장마당에 나가는 할머니들조차 길거리에 나설 땐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옷차림 단속이 느슨했다”며 “여성들이 바지를 입거나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코로나 시기에도 여름철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과 외국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젊은이들은 단속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옷차림 단속은 지난 2월말, 위생 월간과 관련한 인민반회의에서 미리 예고를 했다”며 “2월 말부터 기존의 노동자 규찰대와 함께 옷차림 단속에 나설 학생 규찰대를 각 고급중학교(고등학교)와 대학들에서 새로 조직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소식통은 “여성들의 경우 바지를 입거나 무릎 위로 올라가는 짧은 치마,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긴 머리가 단속대상”이라며 “살색과 검은색 긴양말 외에 다른 색상이나 무늬가 새겨진 긴양말을 신어도 단속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남성들의 경우 머리를 길게 기르거나 허줄한 작업복을 입고,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피우면 단속대상”이라며 “대낮에 술을 마시고 거리를 걷거나 휴지를 버려도 단속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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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18일 “옷차림 단속은 코로나 이후 주민들의 해이된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차원”이라며 “그동안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투쟁은 강화되었지만 다른 사업들은 많이 느슨해져 주민들이 해이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대열을 지어 노래를 부르며 등교를 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등교를 했다”며 “옷차림 단속이 시작되던 3월 1일부터 다시 학생들이 대열을 지어 등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도 출퇴근 시간에 작업복을 입으면 단속한다”며 “각 지역 여맹조직들에서는 조선옷(한복) 입기 운동을 널리 장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전통 의상을 입은 북한 여성들
전통 의상을 입은 북한 여성들 2017년 4월, 평양에서 김일성 탄생 10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 여성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다. (Reuters)

젊은 여성들 손톱 검열까지 따로 해

이어 소식통은 “노동자 규찰대와 학생 규찰대는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손톱 검열까지 따로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손톱을 길게 기르거나 손톱에 물감을 들이면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로 단속되어 길거리에서 망신을 당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렇게 옷차림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주민들의 기강을 바로 잡자는 목적도 있지만 4월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관광 때문이기도 하다”며 “지난 2월부터 중앙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거듭 독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위생 사업과 옷차림 단속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것은 중학교 학생들까지 다 알고 있다”며 “이에 주민들은 ‘우리 식대로 살아 나간다면서 왜 항상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불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