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직전’ 북 주민, 긴급 식량지원에 눈물

앵커: 북한 당국이 아사 위기에 처한 가정들을 조사하고 긴급 식량구제, 즉 식량을 공급했는데 이에 감동한 양강도 일부 여맹원들은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일부 가정들이 식량을 구입할 돈이 없어 아사 위기에 몰렸는데 이런 사실을 파악한 북한 당국이 최근 아사 직전의 가정들에 보름 분의 식량을 긴급 지원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식량 사정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당장 아사 위기에 몰린 가정들이 있었다”며 “중앙에서도 위기의 가정들을 조사하고 긴급한 식량 지원 대책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아사 위기에 몰린 가정들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해 1월에 실시한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 인상 조치 때문”이라며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이 2,500원(당시 환율로 미화 0.27달러)에서 3만원(당시 환율로 미화 3.33달러)으로 오른 후 식량을 비롯한 모든 생필품의 가격도 대부분 그만큼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월급이 올랐다고 하지만 직장에 제대로 다니는 사람이 없어 월급을 받기 어렵고, 뚜렷한 장사 거리도 없는 가정들은 식량가격 상승으로 당장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며 “혜산시의 경우 힘 없는 가정들은 뙈기 밭 농사에 의지해 겨우 목숨을 부지했는데 지난해 산림녹화와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조성을 구실로 뙈기 밭까지 모조리 회수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경노동 직장 등의 경우 아파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직장으로 월급이 낮은데다 지금은 생산을 못해 월급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많은 생산 기업소들은 현재 원료, 자재가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다 보니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인민반만 해도 식량이 없어 당장 죽을 날만 기다리는 가정이 두 세대나 있었다”며 “한 가정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0대 초반의 과부이고, 다른 한 가정은 60대 중반의 노부부였는데 자식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머지 않아 굶어 죽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들은 국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게 되었다”며 “중앙의 지시로 3월 12일, 시 인민위원회 양정과에서 이들 가정들에 1인당 7kg씩 보름 분의 식량을 특별히 공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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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북한 여성이 황해남도 석사리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식사 준비하고 있는 북한 여성 2011년 9월, 북한 여성이 황해남도 석사리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Reuters)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8일 “중앙의 지시로 각 시, 군 인민위원회와 동사무소들에서 인민반들을 상대로 지난 3월 5일부터 8일 사이에 절량세대(식량이 전혀 없는 가정) 조사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 매 인민반마다 평균 2세대, 최소 4명에서 8명 정도가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절량세대 실태를 보고 받은 중앙에서 도 양정국이 보관하고 있던 비상식량을 풀어 절량세대들을 구제할 것을 지시했다”며 “각 도 양정국에는 긴급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보름 분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긴급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식량 중 일부를 절량세대에 사용하라는 것이 중앙의 지시였다”며 “절량세대로 등록된 가정들은 산나물이 돋는 5월 말까지 매달 보름 분의 식량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식량 구제 조치에 여명원들 눈물까지 쏟아

소식통은 “혜산시 송봉동에서 지난 15일에 진행된 여맹원 회의 무대에는 보름 분의 구제 식량을 받은 모녀가 올라섰다”며 “무대에 오른 이들 모녀는 김정은의 식량 구제 조치에 감사를 드리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회의에서 여맹원들이 눈물을 쏟은 소식은 삽시간에 혜산시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젊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슬프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엔 아직도 ‘장군님은 늘 인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선전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사례와 같이 중앙에서 절량세대를 조사하고 긴급 식량 구제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