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국인 관광 재개 위해 ‘도시 미화’ 총력

앵커: 최근 북한 나선시와 함경북도가 도시 꾸리기, 즉 도시 미화사업에 주민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중단된 외국인 관광재개를 위한 준비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말 북한이 코로나 사태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서방 여행객을 대상으로, 나선 경제특구 지역 육로 관광을 재개했지만 3월 초 갑자기 중단했습니다. 북한 소식통들은 관광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평양에 비해 나선이 환경 미화적으로 너무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지금 온 나선시가 도시꾸리기 깜빠니아(캠페인)로 들썩이고 있다”며 “중단된 외국인 관광 재개를 위한 준비사업의 일환”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나선시인민위원회에 있는 친구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지난 달 시작했던 외국인 나선 특구 관광이 갑자기 중단된 건 나선이 위생문화적으로 너무 낙후해 나라 망신을 시킨다는 중앙의 지적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나선시는 물론 함경북도까지 관광객들이 와도 손색이 없도록 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도시 꾸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우선 해안공원, 비파섬, 맥주공장, 사슴목장 등 외국인 참관지로 지정된 대상들에 대한 꾸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시내 아스팔트 도로 보수와 주변 정리에 이어 차선 도색, 도로 경계석 회칠(석회 칠하기) 등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내 아파트와 단층집 벽체 도색, 울타리 정비 등의 꾸리기 사업도 벌어지고 있다”며 “인민위원회가 위생방역소와 합동해 공장, 기업소, 지역을 돌며 꾸리기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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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북한 라선시 경제특구 인근 철도 옆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2011년 8월, 북한 라선시 경제특구 인근 철도 옆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2011년 8월, 북한 라선시 경제특구 인근 철도 옆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 (Reuters)

같은 날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함경북도도 칠보산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청진시와 경성군, 명천군을 중심으로 도시 꾸리기에 여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 사업이 ‘3, 4월 봄철 위생월간’과 결부해 진행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외국 관광객을 맞을 준비사업”이라며 “나선시가 환경미화 사업을 잘 못해 나라의 영상을 흐리고 있다(외국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중앙의 비판이 있은 후 함경북도도 도시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진에서는 도로 주변 아파트 벽체와 창문 도색이 진행되고 창문 유리까지 알른알른하게 닦고 있다”며 “2023년부터 시작된 기본 도로 옆에 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한 상점과 식당 등 봉사 기관 벽체와 창문을 큰 통 유리로 장식하는 사업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선에서 칠보산까지 이어지는 도로 보수와 정리 사업도 벌어지고 있다”며 “며칠전 시내 공장, 기업소가 총동원돼 청진에서 나선, 청진에서 경성 쪽으로 가는 도로 보수와 도랑 정리를 하고 가로수와 경계석 회칠을 새로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당국은 주요 도로와 이어진 골목과 기본 도로에서 보이는 건물 지붕을 깨끗이 할 데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골목길 정리와 회칠, 지붕 누수를 막기 위해 씌운 비닐 박막을 치우고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실 도내 전 주민이 총동원돼 도시 꾸리기, 마을 꾸리기를 한다고 해도 워낙 낡고, 어둡고, 침침한 모습을 완전히 바꿀 순 없다”며 “주민들이 고생한 덕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도 정작 주민들에게 차려지는 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