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서는 최근 대다수의 시민들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된 바 있습니다. 한국 전문가는 비용을 함께 고려하도록 할 경우에는 찬성 비율이 대폭 내려갔다며, 기존 결과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건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주최한 ‘억제력 강화, 핵무장이 답인가’ 토론회.
발표에 나선 한국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의 이상신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한국인들의 핵무기 개발 찬성이 60~70%라는 기존 여론조사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에게 한국이 자체 핵개발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용들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면, 실제 찬성 비율은 30%대 정도로 낮아졌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통일의식조사 KINU 2023’ 결과에 따르면, 경제제재, 한미동맹 파기, 안보위협 심화, 핵개발비용, 환경파괴, 평화이미지 등 각각의 위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제시하자 응답자들의 ‘찬성’ 비율은 36.8%, 37.2%, 39.6%, 36.2%, 36.3%, 37.7%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상신 실장의 말입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KINU) 통일정책연구실장] 핵개발 찬성이 60%~70%라는 것은 다소 과장이 된 것이고 실제로 사람들은 핵개발에 수반되는 비용이라든가 조건을 주었을 때는 좀더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고 모든 비용을 감안하고서라도 핵개발을 해야 된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약 30% 정도가 아닌가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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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 실장은 최근 ‘통일의식조사 KINU 2024’에서 한국 핵개발에 대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변국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핵개발에 대해 가장 반대 여론이 높은 나라는 일본(61.8% 반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한국이 독자 핵개발을 논의할 때 미국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이 독자 핵개발을 추진하는 한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서는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의식조사 KINU 2024’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핵개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반대는 44.0%로 비교적 높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이 실장은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자체 핵개발’시 국제지위 추락” VS “제재 없을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핵자강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반대 의견인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한국이 자체 핵개발에 나설 경우 국제지위가 ‘핵확산 불량국가’로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또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로 한국이 합법적으로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해당 조항은 이미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며, “적법하게 탈퇴한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는 국제안보, 평화유지 차원에서 한국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 1항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만드는 비상사태가 있을 때는 정당하게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자체 핵개발을 지지하는 일부 전문가 및 정치인들은 이 조항 등에 근거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미국은 자신의 동맹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라고도 강조했고, “한미동맹이 핵무장보다 저비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최소한 3년에서 5년, 북한이나 이란이 받았던 것과 같은 제재를 받고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요? 한국은 그나마 한미동맹이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있습니다. 확장억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볼 때 미국은 자기 동맹국을 단 한 번도 지켜주지 않은 예가 없습니다.
반면 한국의 핵자강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컨트롤 타워 구축 및 핵 잠재력 확보라는 1단계, NPT 탈퇴 내지 이행정지의 2단계, 핵개발 완료 후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3단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채택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러시아, 중국의 손을 잡고 한국을 제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은 이어 “미국이 한국의 핵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미국의 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의 한국 핵무장 용인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일본 정도의 핵 잠재력 확보가 NPT 위반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핵무장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국내외적 여건이 조성될 때 하는 거지 무조건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밖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기존 3축체계에 사이버전자전 등을 더한 ‘4축 체계’ 구축, 괌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유사시 한국의 전투기로 투하하는 ‘한국식 핵공유’ 등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