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셋 중 둘 “일주일간 북한 생각 한 번도 안 해”

사진은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개선 캠페인' 모습.
사진은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개선 캠페인' 모습. (연합)

앵커: 한국인 3명 중 2명은 지난 일주일 동안 북한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정책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웨스턴 켄터키대학교 티모시 리치 정치학 교수는 최근 한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은 ‘한국 사회의 무관심, 정책적 도전 과제로 떠오르다’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65.5%)는 지난 일주일 동안 북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치 교수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인이 북한보다 부동산 가격, 실업, 인플레이션 등 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또한 북한 문제를 ‘멀고 변하지 않는’ 사안으로 인식하는 피로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관심, 미국보다 낮아

이번 조사에서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2월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사한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미국인의 경우, 응답자의 22.2%이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1.1%였습니다.

리치 교수는 “한국에서 북한 관련 소식이 더 자주, 심층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응답자 7%만 “개인적으로 탈북민 알아”

특히 응답자의 단 7%만이 개인적으로 탈북민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리치 교수는 “이는 남한 전체 인구가 5천100만 명에 달하는 데 반해 탈북민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고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현실도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심화교육을 담당하는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제2 하나원.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심화교육을 담당하는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제2 하나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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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러한 한국인의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정책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 결과, 지난 일주일 동안 북한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대북 지원 확대(찬성 39.7%대 반대 21.5%), 통일(찬성 57.9% 대 반대 44.4%)을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대북지원을 더 선호했습니다.(찬성 34.4% 대 반대 27.1%)

또한 탈북민을 개인적으로 아는 한국인은 탈북민 지원 확대(찬성 37.1% 대 반대 27.3%) 및 통일(찬성 62.4% 대 반대 47.5%)를 더 지지했습니다.

리치 교수는 “북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정책과 대북 지원을 더 많이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탈북민들을 만나본 적 없는 대중은 탈북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지하기 쉽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필요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언론, 시민사회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대중 교육을 강화하여 탈북민들이 단순히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 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부와 시민사회가 상담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 행사 등을 통해 한국 국민과 탈북민 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리치 교수가 여론조사 기관인 매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2월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