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북한 군 포로들이 한국행을 원한다면 이를 도와야 한다는 캠페인을 체코에서 진행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2일 다른 인권단체들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한국행을 원하는 북한 군 포로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낸 한국 북한인권단체 ‘씽크’(THINK).
23일 ‘씽크’에 따르면 이들은 서한 전달 후속 조치로,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큰 체코 프라하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씽크’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과 레논 벽 앞에서 북한 군 병사들은 한국 시민이며,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체코의 대학들과 외교관들,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증진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17일과 18일에는 각각 찰스대학 철학부와 올로모츠의 팔라츠키 대학에서 체코 청년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큰 관심과 열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씽크’는 전했습니다. 이은혜 사단법인 씽크 팀장의 말입니다.
[이은혜 사단법인 씽크 팀장] 체코가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경험이 있는 국가다 보니, 참석자들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정말 커서 행사 시간이 초과될 정도로 질문을 이어가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씽크’는 18일 열린 팔라츠키 대학교 토론회에선 “행사를 마친 뒤에도 이어지는 질문에 부득이 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지 시민들의 큰 관심을 전했습니다.
특히 탈북민 토론자들에게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과 연락하는 방법, 한국 생활 적응의 어려움, 북한의 변화와 통일 가능성, 북한 사회 내 여성의 지위,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 상황 등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18시간을 걸어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탈북한 북한 군 출신 배우 겸 감독 정하늘 씨는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포기하고 입대한 뒤 휴전선을 넘은 경험과 북한 군대의 열악한 현실 등을 이 자리에서 증언했습니다.
정 씨는 북한 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포로가 되는 것 보다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며 자폭을 택한다는 소식을 듣고, 북한 젊은이들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고 있는지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이들이 처한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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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씨는 지난해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출한 ‘두 병사’를 소개하며 북한 내 신분과 계급 차별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하늘 배우(지난해 1월)] 북한에는 분명히 계급 사회가 존재하고 엘리트보다는 평범한 부모님들이 더 많을 거란 말입니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회의 불공평함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탈북민 최은혜 씨는 같은 자리에서 한국에 들어온 뒤 인권이란 개념을 새로 알게 됐고, 그에 따르면 북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외교관·한국 교민 대상 토론회도 개최
‘씽크’는 20일엔 주체코한국대사관에서 체코에서 활동하는 여러 나라 외교관들을 대상으로도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과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스웨리예), 터키 등 12개국에서 온 외교관 40여 명과 프라하 국제협력협회, 정치사회연구소 등에 소속된 인권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22일 프라하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로 진행된 토론회에선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대북 정보유입 중요성과 관련 단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