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일부 지방 당국이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 원재료 보장을 위해 주민들에게 파지, 파비닐 등 유휴자재 수집 과제를 하달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은 각 지역에 새로 건설된 식료공장, 옷공장 등 지방공업공장 생산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지 사용된 폐기물을 재가공해 원재료로 사용하는 재자원화를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유휴자재(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수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요즘 각 지방당국이 주민들에게 파지, 파비닐을 수집해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 생산 정상화를 위한 사업”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20일 각 지방에 건설된 공업공장 생산정상화에 필요한 유휴자재수집에 떨쳐 나설 데 대한 내용의 인민반 회의가 진행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회의에서는 매 가정이 이달 말까지 파비닐 1kg, 파지 2kg의 유휴자재를 수집해 바치라는 내용이 포치되었다”며 “현물은 일용품수매소에 바치고 인민반장한테는 수매증(확인증)을 바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국은 유휴자재가 새 제품으로 탄생해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일이라며 일용품공장 생산 정상화를 위한 사업에 주인답게 떨쳐 나설 것을 강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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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함경남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최근 사용된 폐기물을 가공해 원재료로 다시 사용하는 재자원화(재활용)가 적극 강조되고 있다”며 “당국이 지방공업공장 운영을 위한 자재 보장을 주민들에게 떠 넘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단천 시내 모든 가정에 각각 2kg의 파지와 파비닐을 모아 바치라는 재자원화 과제가 하달 되었다”며 “파지는 안쓰는 책이나 잡지 등 흰 종이여야 하며 파비닐도 검은 색을 제외한 맑은 색깔의 노긋노긋한 플라스틱이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휴자재 수집은 노인과 여성의 몫
“과제가 하달되자 눈치 빠른 사람들이 오물(쓰레기)장부터 차지했다”며 “아침 일찍 오물장을 뒤지며 쓰다 버린 비닐박막이나 물병 같은 것을 줍는 노인들이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우리 어머니가 이틀 동안 역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와 골목 구석까지 뒤지며 남들이 버린 비닐 물병과 놀이감 등을 주었지만 아직 2kg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생활이 괜찮은 사람들은 무슨 과제든 돈으로 해결하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현물로 과제를 해야 한다”며 “길거리에서 허리를 굽히고 유휴자재를 수집하는 건 대부분 여성과 노인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 건설 초기에는 당국이 공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보장해줄 것처럼 하더니 정작 공장이 건설되자 자체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함께 사라졌던 유휴자재 수집이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함께 재자원화라는 용어로 다시 등장해 사람들을 고생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