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적극적인 대미공세를 통한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노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와 한국핵정책학회 등이 25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반도 전략 포럼.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올해 북한이 감행할 수 있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20년을 통틀어 북한이 ‘통미봉남’을 시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공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김정은이 결심하기에 따라 대미 공세를 펼친다면 그게 좀 먹혀들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한미정상회담 없이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합의하는 한편, 미북 협상이 한국 정부에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한미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미북 대화 자체를 반대하거나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은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차분히 이를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놓았습니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유해 온 오랜 원칙이자 약속인 만큼, 이에 반대하고 나서는 경우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설사 미북 대화가 비핵화보다는 군축 협상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군축’ 명칭과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과 완전한 비핵화 원칙 재확인, 선 한미공조 후 미북대화 원칙 합의, 한국 정부 통일 대북정책과 미북 대화 연계 등 몇 가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자체 핵무장을 내세우는 것 보다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마지막까지 고수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향후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 확장억제가 현실적인 북핵 억제 방안”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려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은 역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저는 현재의 핵우산, 확장억제, 핵협의그룹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 객원연구위원은 한미가 조기에 실무회의를 열어 공동으로 ‘비핵화 청사진(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며, 한국이 우려하는 사안을 미리 논의하면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나 ‘핵군축 협상’ 등의 갈등 및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제언했습니다.
또 북한이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닌 만큼, 국제법적으로 ‘핵군축’ 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다만 핵동결로 시작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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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력을 둘러싼 남북 간 대립이 첨예해져 가는 현 상황에선 사소한 군사적 충돌도 핵사용을 촉발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남북, 미북 또는 남북미 간 정치·군사 회담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확장억제 강화는 지속돼야 한다”며 한미 핵협의그룹을 통해 확장억제를 작계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전략자산 전개 및 훈련 강화를 지속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어 미국의 동의가 없다면 자체 핵무장시 한국이 겪을 국제적 고립이나 경제적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기존 확장억제에 기반을 둔 통합억제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