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손전화기 사용자가 늘면서 수리공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돈 잘 버는 최고의 직업으로 불린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8년 북한은 이집트 오라스콤의 도움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개시했습니다. 초기에는 막대형 손전화기가 주를 이뤘으나 이후 중국산 및 북한에서 개발 조립한 스마트폰까지 보급되는 상황으로 휴대폰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한국 통일연구원은 북한 휴대전화 보급이 2021년 기준으로 약 600만대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손전화기가 고장 나면 고치기 쉽지 않다”며 “수리비도 비싸지만 부속품을 구하기 어렵고 수리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손전화기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공통된 가격이 없다보니 수리공이 부르는 게 곧 값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전화기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
그는 “지난 주 친구의 손전화기가 고장 났는데 수리공을 찾아갔더니 고장 상태를 본 후 부속품 구하기 어렵다며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걸 겨우겨우 사정해 수리를 맡겼다”며 “9일만에 찾았는데 수리비로 인민비(중국돈) 350원(미화 약 50달러)을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돈 350위안이면 함경북도 청진 시장에서 쌀 125kg이상을 살 수 있습니다. 이는 식구 3명 가족이 4개월 정도 먹을 수 있는 식량입니다.
“수리비가 비쌌지만 전화기가 없으면 돈벌이와 관련한 모든 연계가 끊기니 수리공이 부르는 비싼 값을 내더라도 빨리 수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손전화기가 고장 났을 때 무료로 수리해주는 손전화기보험이 있긴 하지만 유효기간이 1년밖에 안된다”며 “설사 보험을 통해 수리한다 해도 한달 이상씩 걸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개인 수리공을 찾아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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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선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최근 손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늘면서 전화기 수리공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화기 고장이 많은데 비해 수리하는 사람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아는 손전화기 수리공은 나이가 30살 좀 넘는 사람인데 얼마나 돈을 잘버는 지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안해(아내)도 아무런 장사를 하지 않고 집에서 논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냉동기 수리공이 인기가 높았는데 지금은 손전화기 수리공”이라며 “냉동기 수리처럼 큰 공간이 필요없이 집에서 간단하게 수리할 수 있고 자기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값이 비싼 전화기를 쓰면 고장도 별로 없겠지만 일반 주민은 그런 전화기를 쓸 수 없다”며 “대부분 나온 지 오래된 전화기나 중고 전화기를 쓴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나온 청송 234형 휴대폰은 가격이 거의 (중국돈) 5,000위안(미화 688달러)에 달하고, 삼태성 8형 휴대폰은 가격이 6,800위안(미화 935달러)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새 전화기를 살 엄두를 못 내는 일반 주민은 앞으로도 수명이 거의 다 된 중고 전화기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이런 전화기는 고장이 쉽게 나기 때문에 수리공들의 일감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