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북 주민 송환 논의는 ‘대북확성기’로?

앵커: 지난 7일 서해를 통해 표류한 북한 주민 2명이 명확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실상 북한과의 소통 창구가 모두 차단된 상황에서 이들의 송환 방법을 어떻게 논의할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서해 어청도 서쪽 170km 지역에서 표류하고 있던 북한 남성 2명의 신병을 지난 7일 확보한 뒤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과 합동 정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다만 북한 남성 2명이 명확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이들의 송환 문제를 북한 측과 어떤 방식으로 논의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현재 남북 간 소통 통로가 사실상 전면 차단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2019년 7월 북한 선박이 항로착오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했을 때 한국 정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대북통지문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들을 이틀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낸 바 있지만 현재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송환 논의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 2023년 4월 일방적으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응답을 중단하면서 현재까지 남북 간 소통 통로를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국방부도 25일 기자설명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군 통신선으로 연락을 취할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 통신선으로 시도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고, 관련 부서, 저희 국방부가 아닌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 지금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그 절차에 따라 후속조치를 밟을 것으로 압니다.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방송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송환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제기됩니다.

대북확성기·제3자 통한 송환 문제 논의 가능

또한 판문점이나 남북 국경의 대북 방송, 확성기 시설로 직접 송환 의사를 전달하거나 유엔이나 중국 등 제3자를 통해 송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홍양호 남북사회통합연구원 이사장의 말입니다.

[홍양호 남북사회통합연구원 이사장] 통신선이 없으면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판문점에서 스피커로 하는 방법이 있을 거고, 한국 군부대 같은 곳에서 대북방송도 이용할 수 있을 거고, 아니면 국제기구, 유엔 같은 곳이나 제3국 대사관을 통한 기회가 있으면 그쪽으로도 연락을 한다든지 방법은 여러가지 모색해 보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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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도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남북간 소통이 끊긴 상태지만 판문점에서의 대북방송 시설 활용, 혹은 팩스를 이용한 북한 주민 송환 의사 전달은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판문점에서 방송을 하면) 북측이 보입니다. 그러면 아, 듣고 있구나 이렇게 (한국 측에선) 알 수 있으니까요. 북한은 최전방이기 때문에 최전방에서 뭔가 상황이 발생하면 동향을 파악해서 보고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측 의사 전달이) 된다고 봐야죠.

이어 김 차관은 이번 북한 주민의 송환이 이뤄진다면 판문점보다는 해상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전 차관은 “보통 선박과 함께 떠밀려 내려온 표류 사안은 인원과 함께 선박도 북한으로 함께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해상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좌표로 가서 대기하다가 북한 측이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이 주민을 인도받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16일 오후 폭파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지난 2020년 6월 16일 오후 폭파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지난 2020년 6월 16일 오후 폭파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연합)

한편 북한은 1970년대 남북 간 통신선이 연결된 이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단절했다가 복원하는 행태를 지속해왔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전후로는 지난 2010년 5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로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즉 ‘5.24 조치’를 내리자 일방적인 통신연계 단절을 통보한 바 있습니다.

2013년 3월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및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남북직통전화 단절을 통보했고 2016년 2월에는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에 대한 반발로 남북 간 통신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2020년 6월에는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문제를 거론하며 통신선 단절과 함께 남북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고 이듬해 7월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계기로 통신선이 복원됐지만 보름여 만인 2021년 8월 다시 일방적으로 통신을 차단했습니다.

그 후 북한은 두 달여 만인 2021년 10월 남북 소통 통로를 복원했지만 2023년 4월 또다시 남북 간 모든 소통 통로에서의 응답을 중단하면서 남북 간 소통단절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남북 간 통신 단절 상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