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국 국회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중 어떤 용어가 바람직한지를 놓고 논쟁이 진행됐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소 엇갈렸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기원 의원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용어 관련 질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홍 의원은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용어 사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조 장관은 한국 정부는 두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했고, 한국에게 핵이 없기 때문에 두 용어가 결국 동일하게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한반도 비핵화’ 아닌가요?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그건 북한의 이야기겠죠. 우리에게 핵이 없는데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 아니겠습니까?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 비핵화’나 동일하다는 게 일관된 역대 정부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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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논의는 지난 6일 국회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심사하며 다시 한 번 이어졌습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민주당 소속 권칠승 의원과 위성락 의원은 ‘북한 비핵화’ 용어가 자칫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기웅 의원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인 것은 맞지만 한미동맹이 당면해 추진해야 할 것은 북한 비핵화라며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을 주장했습니다.
여야의 논의는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에 ‘북한 비핵화’ 용어만 담기로 하며 일단락됐고, 결의안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당초 민주당 소속 김병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에는 ‘한반도 비핵화’ 용어들이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건 의원이 대표발의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지속발전 지지 결의안’과의 통합 조정 과정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용어 중 어떤 용어 사용이 적절할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렸습니다.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두 용어를 혼용해왔다며 향후에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외통위 소위에서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단순 ‘한반도 비핵화’ 용어 사용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어려워진다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죠. 북한을 배려해서. 국내적으로는 당연히 남쪽에서는 핵이 없으니까 ‘북한 비핵화’라고 했고 국제사회에서는 상대가 있는 문제니까 ‘한반도 비핵화’라고 했고. ‘한반도 비핵화’지만 지금 남쪽에는 핵무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사실상 북한 지역의 비핵화다 라는 거죠.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 즉 ‘조선반도 비핵화’ 용어는 미국의 확장억제 철회, 주한미군철수 등 사실상 한미동맹 해체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을 통해 출발점부터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많아지는 상황인 만큼 최종 목표를 ‘북한의 비핵화’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저는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북한 비핵화’ 용어를 써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이야기하는데, 2016년 북한이 제시한 ‘조선반도 비핵화의 5대 조건’의 마지막 조건은 주한미군철수가 포함됩니다. 사실상 한미동맹의 해체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도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에 핵이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 용어가 맞지만 지금 한국은 핵이 없고 북한에는 핵이 있다”며 ‘북한 비핵화’가 정확한 용어라고 밝혔습니다.
남 교수는 향후 북한과의 정상회담, 다자회담 등이 진행될 경우 ‘북한 비핵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미한국대사 “미국과 ‘북한 비핵화’ 표현 사용하기로”
한편 한미는 최근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합의된 사항이며, ‘북한 비핵화’ 용어는 북한의 의무 위반을 명확히 한 표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