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북 근로자들, 본인 월급 제대로 몰라”

앵커: 북한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이 지난해 1월 파격적으로 인상됐지만, 정작 일부 근로자들은 본인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2024년 1월, 기존에 2천원이던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단번에 3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그때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자기 월급이 얼마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지난해 노동자, 공무원들의 기본 월급이 3만원으로 올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월급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월급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보니 자기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른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생산을 못하는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 자기 월급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사는 혜산시에서 현재 그나마 가동하는 공장, 기업소는 혜산신발공장과 혜산강철공장, 혜산들쭉가공주공장과 혜산기초식품공장, 혜산시멘트공장과 50호사업소, 혜산버섯공장과 혜산젖소목장, 혜산양묘장이 전부”라며 “요즘은 농촌에 보낼 농기구 생산을 위해 혜산철제일용품공장이 조금씩 가동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는 인구 25만명의 크지 않은 도시지만 공장, 기업소는 300여개에 이른다”면서 “그 중에 생산을 하는 공장, 기업소가 10개 정도 되다 보니 나머지 가동을 못하는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1년 내내 도로보수, 살림집 건설, 농촌 지원과 같은 (노동력) 동원만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 동원은 전부 무보수 노동”이라며 “농촌지원이나 살림집 건설에 동원돼 아무리 뼈빠지게 일을 해도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생산을 못하는 공장, 기업소들은 월급을 전혀 못 받는 반면 생산을 하는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는다”며 “내 친구가 기초식품공장에 다니는데 그는 지난달 생산계획을 초과해 월급 11만 2천원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급 11만 2천원을 받아도 한달 생계비로는 어림도 없다”며 “오늘(24일) 현재 장마당에서 입쌀 1kg에 9천7백원이고, 혜산신발공장에서 생산하는 운동화 1켤레는 7만원”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24일 현재 양강도 북한 원화와 미국 달러 환율은 1달러에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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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2018년 9월, 평양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2018년 9월, 평양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Reuters)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6일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 3만원은 공장, 기업소에 처음 입직해서부터 3년간 받게 되는 월급”이라며 “3년 후부터 연한 가급금과 기술기능 가급금이 붙으면서 월급은 오르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에 입직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기술기능 시험을 보는데 육체적인 기술은 3급으로 시작해 최고 8급까지 있고, 정신적인 기술은 6급으로 시작해 최고 1급까지 있다”며 “예컨대 미장공의 경우 육체적인 기술로 최하가 3급이고 최고가 8급인데 교원(교사)의 경우 정신적인 기술로 최하가 6급이고 최고가 1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육체적인 기술은 급수가 높을수록 월급이 많고, 정신적인 기술은 급수가 낮을수록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술 급수가 오를 때마다 월급도 평균 1천5백원씩 오른다”며 “여기에 3년에 한번씩 연한 가급금도 1천5백원으로 올라 한 공장에서 3년만 일하면 기본 월급 3만원에 기술기능 가급금 1천5백원, 연한 가급금 1천5백원으로 월급은 3만3천원이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장려금과 상금으로 근로자들 독려

소식통은 “이런 월급 외에 장려금이 있고, 생산을 초과하면 그에 따른 상금도 있다”면서 “장려금과 상금은 공장, 기업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기관에서 결정해서 주는 돈”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흔히 장려금은, 어렵고 힘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의 의미로 주는 돈으로 보통 한달에 1천5백원, 많게는 3천원까지 준다”며 “상금은 특별히 일을 잘한 사람들, 특별히 성과가 있는 작업반 근로자들에게 주는 돈으로 이 역시 1천5백원에서 3천원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다른 공장보다 먼저 계획을 완수하거나 초과했을 경우 공장의 모든 근로자들이 상금을 받게 된다”며 “월급 체계는 이렇게 규정이 있지만 월급을 받아 보지 못한 근로자들은 실제 본인 월급이 얼마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