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상반기 러중관계 우선…한미엔 적대적 관망”

앵커: 한국 통일부가 북한이 올해 상반기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면서 미국과 한국에는 적대적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27일, 최근 북한 동향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올해 상반기 대외 행보에 대해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 및 대중관계 개선 모색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러 행보에 대해 양국의 교역 기반시설을 증설하고 있다면서 “북한 외교의 중점은 러시아로, 파병 대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방위적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각하’에서 ‘동지’로 격상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3년 8월부터 푸틴 대통령을 ‘동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의전적으로 격상된 의미를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통일부는 “대러 군수지원, 파병의 경제적 효과로 북한 당국의 정책 수행 능력 일부가 개선됐다”면서도 “이를 경제와 민생이 아닌 김정은 치적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열악한 주민생활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3월 27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교역 인프라를 증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5년 3월 9일 촬영된 북중러 국경 위성사진.
러북 밀착 관련 교역 인프라 증설 한국 통일부는 3월 27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교역 인프라를 증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25년 3월 9일 촬영된 북중러 국경 위성사진. (통일부)

“북중관계 개선, 시간 소요될 듯”

통일부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나선 지역에 대한 중국인 단체 관광을 추진하고 지난 2월에는 신압록강대교 북측 구간 공사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대중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겁니다.

신압록강대교 북측 지역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세관 시설이 들어서는 정황도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 측 세관 시설은 17만 2500㎡로, 이는 중국 측의 세관 면적 15만㎡보다 큽니다. 또한 이는 북러 간 두만강 화물터미널의 3.7배 규모입니다.

다만 앞서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되지 않은 바 있어 통일부 당국자는 북중관계 개선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대미 정책에 대해선 미국에 대한 비난이 증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3월 26일까지 대미 비난은 2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건이 증가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3월 7일과 23일 당 연대기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북조선’ 개념을 삭제했다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당과 정권의 출발점으로 선전했던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와 ‘북조선 림시인민위원회’라는 명칭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북한이 오는 10월 개원을 추진하고 있는 평양종합병원의 경우 외견 상 한국의 상급종합병원인 세브란스, 삼성 병원의 규모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이 개원하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장기 표류 사업이었던 평양종합병원의 개원을 준비하고 전국 각지의 지방공업공장, 온포근로자휴양소 등의 건설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 특수‘의 영향이라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관련기사

준공 북 지방공장 열 감지 안돼...미가동?

한국 “쇼이구 방북 이례적…북러 주요 협의 가능성”


통일부는 북한의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공장 동향과 관련해서는 공장들 가운데 상당수의 가동 징후를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생산의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일부는 “20개 공장의 본격 가동 여부와 20x10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이 20x10 정책 이행을 위해 군과 여성에 대한 노력 동원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실제 해당 정책 이행을 위한 별도 건설부대인 124연대가 지난 2월 창설된 것으로 보도됐고, ‘가두여성‘들도 기업소와 농촌 노동자로 재배치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국 외교부 “북, 비핵화 대화로 복귀해야”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미 정보당국이 언급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상원 정보위에서 “북한은 언제든 추가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재웅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기자설명회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웅 한국 외교부 대변인] (북한은) 한반도와 영내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로 복귀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한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은 27일 발간한 ‘2024 테러정세·2025년 전망’ 책자에서 북한이 올해 10~11월초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해킹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행사 방해 목적으로 인지전이나 해킹을 벌일 수 있다”며 “적대적 2국가론을 고착화하고 대남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지적 도발과 인지전을 교묘히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