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장 보려면 돈 배낭 메고 가야”

앵커: 최근 북한의 물가상승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근로자의 월급이 인상된 후 생필품 가격이 계속 올라 “이제는 장을 보려면 돈 배낭을 메고 다녀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마당 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지난해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이 기존의 2천원에서 3만원으로 오른 후 장마당 물가가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으로 올랐다”며 “이제는 장마당에 물건을 사러 갈 때 돈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돈 배낭을 메고 가야 할 처지”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3월까지 kg당 40만원(미화18.18달러)이던 ‘양강도 독초’ 담배가 지금은 kg당 250만원(미화113.63달러)”이라며 “담배 1kg을 사려면 우리(북한) 돈으로 최고 액수인 5천원짜리가 5백장이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급이 오르기 전에는 평양용성담배공장에서 생산한 평양, 건설, 목란과 같은 담배가 한 곽에 우리(북한) 돈 7천5백(미화0.34달러)원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돈으로 2만2천원(미화1달러)을 부른다”며 “신의주 신발공장에서 만든 운동화의 경우 월급이 오르기 전에는 한 켤레에 우리 돈 19,800원(미화0.9달러)이었는데 지금은 장마당에서 17만원(미화7.72달러)을 부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월급이 오른 만큼 다른 생필품 가격도 모두 따라 올라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월급을 올렸는지 의문이 쌓이고 있다”며 “월급이 오른 후 전반적인 주민들의 생활 형편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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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4일 “국가가 물가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음에도 장마당에서 입쌀 1kg에 9천4백원(0.42달러)까지 올랐다”며 “월급을 올리기 전에는 5천원이던 입쌀 가격이 거의 배로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사법기관들의 외화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몰래 중국 인민폐와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 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닳아 있는데다 물가가 너무 올라 중국 인민폐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5,000원 지폐
북한의 5,000원 지폐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민이 북한 지폐를 손에 들고 있다. (Reuters)

북한 돈은 서민층 화폐로 전락

소식통은 “요즘 젊고 부유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표현이 ‘나는 우리 돈과 놀지 않는다(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중국 인민폐나 달러만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돈은 가난한 서민층의 화폐로 전락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법기관들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현재(24일) 환율은 미화 1달러 대 우리 돈 2만2천원, 중국 인민폐 1위안 대 우리 돈 3천3백원(미화0.15달러)”이라며 “월급이 오르기 전에는 미화 1달러 대 우리 돈 9천원, 중국 인민폐 1위안 대 우리 돈 1,260원(0.05달러)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현재의 환율과 물가도 국가적인 통제에 의해 겨우 유지되는 것”이라며 “사법기관들이 조금이라도 통제를 늦추게 될 경우 환율과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