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와 주요 공장, 기업소 벽체에 노동당이 지정한 구호와 선전 문구를 새기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당국의 사상과 이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선전 선동의 나라로 유명합니다. 언론 매체는 물론 도서, 교과서 등의 출판물까지 노동당이 엄격히 통제합니다. 수도와 지방 길거리 곳곳에 각종 구호와 선전화(포스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 노동당이 지정한 것들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9일 “최근 새로 건설된 아파트에 각종 글씨가 새겨지고 있다”며 “노동당이 지정한 중요 구호와 선전 문구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자동차를 타고 육로로 명간에 갔다 오면서 보니 차가 통과하는 여러 지역의 아파트와 주택 벽에 신문 방송에 자주 나오는 각종 당의 구호와 선전 문구가 빨간 색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성군 중평리 온실 마을의 경우 덩치가 크지 않은 2~3층짜리 작은 주택 벽에 일심단결, 자력갱생, 자력부강, 자력번영 등의 문구가 큰 내리 글씨로 써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온실 마을을 지나 염분해안공원지구를 통과했는데 관광호텔은 아직 건설 중이지만 그곳에 새로 건설된 4~6층짜리 아파트에도 주체, 강국, 전면적 발전, 일심단결만세, 사회주의 만세 등의 구호가 붙어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아파트 벽체나 지붕에 구호와 선전문구가 설치되었지만 보통 구호를 쓴 나무 판이나 프랑카드(플래카드)를 고정하는 방식이었다”며 “지금도 그렇게 설치된 구호가 많지만 최근에는 영영 지워지지 않게 건물 벽체에 시멘트로 구호나 문구를 따 붙이거나 새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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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최근 완공된 지방공업공장과 학생교복공장, 학생가방공장 등 새로 건설된 공장 기업소에도 각종 구호와 문구가 나붙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 만 해도 학생신발공장 정면 벽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만세‘라는 구호가 새겨졌고 학생교복공장에는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크게 설치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초 전국 20개 지역에 1차로 건설된 새 지방공업공장에도 결사관철, 3대혁명, 당의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 등의 다양한 당의 구호와 선전 표어가 새겨졌다”며 “새 공업공장 치고 구호나 선전 표어가 나붙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30일 “아파트에 노동당 구호와 선전 문구를 새기는 것은 주민들에게 당국의 주장과 견해를 각인시키려는 계획적인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인구도 시내 크기도 작은 지방에서는 보통 아파트 이름에 그 아파트의 특징이나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상업 기관, 아파트가 소속된 기관 등의 명칭을 붙여 부른다”며 “예를 들어 8층 아파트, 수매 상점 아파트, ㅇㅇ공장 아파트 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 아파트에 노동당이 장려하는 구호와 문구가 붙으면서 주민들이 일심단결 아파트, 주체 아파트, 자력갱생 아파트 이렇게 부른다”며 “이것이 바로 당국이 노리는 것으로 주민들이 당국의 구호나 선전 문구를 매일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