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행위가 현행법상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상태로, 최근 관련 사건에서 실제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탈북민 가족 송금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것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A씨가 무등록 상태로 개인 간 외환 중개거래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27일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탈북민의 북한송금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에서 탈북민의 가족 송금 시도에 있어 장벽이 될 수 있는 현행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은 외환업을 영위하려는 사업체에게 적절한 시설 등 특정 요건을 갖출 것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식 등록될 것 등을 요구하고 있고,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금융거래 및 경제적 물자 이동에 있어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탈북민의 가족 송금은 인도주의적 성격의 국경 간 송금임을 고려해 기존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명확한 예외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탈북민들의 가족 송금 필요성과 이로 인한 파생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다수의 탈북민들은 함경도, 자강도 출신 등 열악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며, 고향에 남겨있는 고령의 부모, 조부모 등 가족들에게는 송금이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또 탈북민들이 보내는 송금이 북한 내 민간 자원을 제공해 북한 당국의 경제 독점을 약화시키고 가계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고, 송금 과정에서 형성되는 인적 연결망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는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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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1호 변호사인 이영현 변호사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탈북민들의 송금은 북한 내 가족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인도주의적 성격이 강하고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순기능도 있다며,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예외조항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관련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탈북민 가족 송금을 묵인해왔던 수사 당국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입장을 바꿔 문제 삼은 부분 또한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영현 탈북민 1호 변호사] 탈북민들 중 가족들에게 소액의 송금을 하는 경우는 예외를 둘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보기에는 검경 수사권이 좀 조정이 되면서 경찰들이 공감대도 부족하고 실적쌓기에 너무 연연한 게 아닌가 그런 부분들이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탈북민 출신 박정오 큰샘 대표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민들의 가족 중 일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예외조항이 마련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 나이 드신 분들 장사도 못하잖아요. 앓고 있거나 하면 계속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약도 사야 하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탈북민들에 한해서 예외를 좀 둬서 1년에 얼마 정도 보내도 된다 하는 어떤 기준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인요한 의원실 “탈북민 가족 송금 합법화 법안 마련 검토 중”
한편 결핵 퇴치를 위해 1997년부터 29번 북한을 방문했던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탈북민 가족 송금 합법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검토 중입니다.
인 의원실 관계자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탈북민들의 가족 송금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상 쉬운 일은 아니라며, 법적 충돌사항이 있는지 등을 놓고 통일부와 협의 중이고 이후 법무부 등 다른 부처들과의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