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일부 지역들이 내년에 개최될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부족한 자금 충당을 위해 주민들에게 은행 예금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5년마다 개최되는 노동당 대회는 북한에서 최고의 행사입니다. 최근 북한은 내년 초 있을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각 부문에서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해 당 대회를 성대히 맞이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최근 도내 여러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은행 저금(예금)을 강요하고 있다”며 “저금이 지방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선전도 병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신포, 금야 등 일부 지역에서 당국이 유휴(여유) 자금을 묵혀 두지 말고 은행에 저금하라는 선전과 동시에 인민반장이 저금 돈을 받아내고 있다”며 “각 세대가 2만원(미화 약 0.93달러) 이상 저금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요 며칠간 인민반장이 매일 집 문을 두드리며 저금 돈을 받아갔다”며 “저금한 돈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다, 저금한 돈은 후에(나중에) 은행 통장으로 확인시켜 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저금은, 아무 때나 넣고 찾을 수 있는 일반 저금, 분기 1회 진행되는 추첨에 당첨되면 상금이 원금에 추가되는 추첨제 저금, 일정한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을 넣고 기한이 되면 찾을 수 있는 정기 저금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필요에 따라 자체로 하는 개별 저금 외에 인민반을 통해 약간의 금액을 정기적으로 저금하는 저금 제도도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저금 돈을 전혀 바치지 못한 집이 우리 인민반에 2세대나 된다”며 “장사를 못해 하루하루 겨우 사는 일반 가정은 정말 여유 돈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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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평안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요즘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은행 저금 강요는 내년에 있을 당 9차대회 준비를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요 몇년 간 당국이 도, 시, 군별 경쟁을 붙여놓고 지방 자체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며 특히 “내년에 진행될 당 9차 대회를 앞두고 당국이 각 지역과 기관, 공장에 뭐든 성과물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면서 전국적으로 당 대회를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 시, 군의 경우 멈춰선 지 오랜 지방 산업 공장을 되살린다든가, 사회급양망이나 봉사망을 새로 꾸린다든가, 환경미화사업을 새롭게 한다든가 등의 성과를 달성해 보고해야 한다”며 “그러자면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은행에 돈이 없다 보니 사업 추진은 커녕 노동자, 사무원 월급도 제때에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당국이 ‘저금은 곧 애국‘이라며 저금을 많이 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저금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돈은 돈주나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들은 은행에 돈을 잘 넣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뭐든 성과를 이룩해 보고해야 하는 지방 당국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렇게 해서라도 지방이 발전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