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 농업경영방법 개선 촉구

모내기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2020년 5월, 남포시 강서구에 위치한 청산협동농장에서 노동자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AFP)

앵커: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알곡 증산을 위한 농업관리일꾼 회의가 열렸는데 낡은 농업경영 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지적이 잇달아 나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양강도 당국이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알곡 증산을 위한 도 농업관리일꾼회의’를 개최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농업관리일꾼회의를 개최했다”며 “농장 관리위원장, 기사장들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농업경영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개별적 의견을 제시하는 시간에 삼수군 농업경영위윈회 위원장이 제일 먼저 일어나 ‘노력 공수를 조직생활과 연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며 “이를 계기로 회의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일어나 농업경영 방법의 문제점들을 비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력 공수와 관련해 “농민들은 시간당 0.125공수씩 하루 8시간 일을 해야 1공수를 받는데 1공수는 하루분의 식량 600그램으로 계산된다”며 “하루 1공수씩 1년에 365공수를 벌어야 가을철에 1년분의 식량 219kg을 현물분배로 받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지난 3월 초, 농근맹(농업근로자동맹) 중앙위가 학습과 강연회, 생활총화 등 조직생활에 3번 빠진 농민들은 노력 공수 1점씩을 삭감하도록 조치했다”며 “조직생활을 통해 농민들의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건데 농업간부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조직생활에 불성실하면 호상비판, 사상투쟁과 같은 조직적인 처벌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노력 공수(삭감)로 농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노력 공수를 빼앗으면 가을철 현물분배를 받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관련 기사

북 돈주들, 장마당 통제에 농사 ‘눈독’

“산비탈 뙈기밭 없애라” 북, 개인 농사 금지


2019년 7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김재룡이 남포시의 농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2019년 7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김재룡이 남포시의 농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2019년 7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김재룡이 남포시의 농업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AFP)

이와 관련 양강도 농업부문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3일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조직한 농업관리일꾼 회의에서 농업경영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들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노력 공수를 조직생활과 연계하는 문제, 노력 공수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문제, 상금과 장려금을 적극 활용하는 문제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검토 대상이 된 문제들이 당장 바로 잡힐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며 “당장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해도 상급 기관에서 문제를 파악하려 노력하는 점, 제기된 문제들을 과감히 수용했다는 점에 참가자들은 고무되어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농업경영 원칙에 따르면 농민들은 지각, 작업과제 미달 등 온갖 구실로 노력 공수를 빼앗기게 되어 있다”며 “노력 공수를 빼앗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농민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문제점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력 공수 게시판이 오히려 농민들 의욕 저하시켜

소식통은 “작업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농장들은 매 작업반 게시판에 농민들의 노력 공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노력 공수 공개 또한 농민들의 사기를 꺾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농업관리일꾼들의 의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농민들의 경우 식량이 고갈되는 3~4월에 지각과 결석이 제일 많은데 노력 공수가 공개되면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며 “농민들이 의욕을 잃지 않게 노력 공수를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회의 참가자들의 요구였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노력 공수를 뺏을 땐 기막히게 빠른데 상금이나 장려금 약속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며 “농업분야의 이런 문제들이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알곡 증산도 꿈꿀 수 없다는 것이 농업관리일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