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관영매체가 윤석열 전 한국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즉 탄핵을 결정해 재판을 요구한 것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한 한국 헌법재판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백22일 만,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는 1백11일 만이었습니다. 지난 4일 문형배 한국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입니다.
[문형배 한국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지난 4일)]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 소식을 하루 뒤인 5일 별다른 논평 없이 간략하게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파면됐을 때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2시간 20분 만에 신속하게 보도한 것보다 그 시점이 미뤄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했고, 그런 맥락에서 대남 무시 전략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두 국가’ 관계를 설정한 이후 한국과 관련된 상세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대남 무시 전략 기조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에는 남북관계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만큼 관련 소식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한국 문제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제는 ‘국가 대 국가‘ 관계에서 깊은 관심을 줄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임 교수는 또 “대통령의 위헌적인 행위에 민중이 저항했고, 헌법재판소가 그를 받아들여 대통령을 파면한 소식은 북한 당국으로선 부정적인 요소가 훨씬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 소식을 내부 통치에 활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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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북한이 이번 사태에 매우 절제된 보도를 하는 가운데 보도량 자체도 적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신속하고 상세하게 소식을 전한 것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북한은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해 매우 절제된 보도를 했고, 보도량도 매우 적었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낮췄고, 보도 횟수도 비교할 수 없이 상당히 줄어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 러시아 파병 등으로 소식 전할 여유 없어”
조 석좌연구위원 역시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앞서 선언한 ‘두 국가’ 기조가 반영돼 있고, 아직도 대러시아 파병 소식조차 내부에 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한국 소식을 상세히 전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의 임기가 정해져 있고 문제가 생기면 국민들이 탄핵할 수 있는 제도는 북한 정치 체제에선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것 역시 소식을 간략하게 전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이유였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19시간 만에 간략하게 사실관계만 보도했다”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서 북한 당국이 견지하고 있는 거리두기, 관망하는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