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양강도 혜산시 일대에서 밀수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대거 쌓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포착된 차량만 총 200~300여 대로 추산됐는데요. 야적된 차량은 대부분 흰색 차량으로, 평양 등지에 유통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시천, 혜산농림대학 등 다수 공터서 야적된 차량 확인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중국산 중고차를 대거 밀수해 적재해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양강도 오시천 인근과 혜산농림대학 부근의 일부 공터에서 밀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대의 차량이 야적된 모습이 유럽 상업위성인 월드뷰2 위성사진을 통해 3월 말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위성사진은 지난해 6월 11일 촬영되었으며 차량이 발견된 지역은 혜산시 내 넓은 공터와 골목으로,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습니다.
포착된 곳은 총 여섯 군데로 장소마다 최소 15대에서 많게는 30대 이상의 차량이 발견됐고, 확인된 차량만 총 200~300여 대로 추산됩니다.

양강도 혜산시는 북중 간 주요 밀수 경로로 꼽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정성학 한국우주안보학회 전문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공터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은 밀수를 통해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 전문위원: 넓은 공터에 많은 승용차를 앞 뒤 옆 공간 없이 차곡차곡 빼곡히 주차해 놓았는데요. 이는 남한 사회의 중고차 시장 주차장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북한에는 차가 많지 않아서 여러 대를 한꺼번에 빼곡히 주차해 놓을 일이 없습니다. 혜산 시내의 좁은 골목길에도 앞뒤 간격 없이 차량 여러 대가 나란히 일렬로 주차돼 있는데요. 모두 밀수 차량인 걸로 의심됩니다.
혜산농림대학 부근 해당 지역의 최근 4년간 촬영된 위성사진과 비교했을 때, 이처럼 많은 차량이 주차된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정 전문위원은 중고차 밀수가 정식 교량이 아닌, 강폭이 좁고 물이 얕은 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얕은 강에서 차량이 바퀴 중간까지 잠긴 채 도강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적합한 곳이 혜산시와 장백현 사이 압록강 상류입니다.
정 전문위원은 국경 경비대가 차량 밀수를 암묵적으로 묵인해 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RFA는 중국 길림성 장백 조선족 자치현에서 북한 양강도 혜산시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대의 중고 차량이 밀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산 밀수 추정 차량 대부분 흰색

야적된 차량 중 눈에 띄는 것은 차량 대부분의 흰색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일 RFA에 “(밀수로 추정되는 차량이 대부분 흰색인 이유는) 흰색 차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970~80년대까지는 검은색은 간부용 차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서 “지금은 검은색 차도 많이 다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 전문위원도 한때 간부용으로 지정됐던 검은색 차가 북한 고위 간부들의 권력 상징이고 권위를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검은색 차를 타기 꺼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반 주민들 택시용’ 오토바이 밀수도 활발
혜산시를 경유해 밀수된 중고 차량과 오토바이는 평양 등 주요 도시로 유입되어 택시로 개조,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 소식통은 “국가가 운영하는 오토바이 택시 업체는 없지만, 가격이 싸고 이동이 신속해 일반 주민들이 (오토바이 택시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본요금이 2달러 이상인 승용차 택시는 가격이 비싸 일반 주민들은 오토바이를 택시 대용으로 이용한다는 겁니다.
정 전문위원은 이 때문에 오토바이 밀수도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성학 전문위원: 모터사이클 오토바이도 밀수하는데, 택시 사업이 잘 안된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택시가 안 되니까 오토바이를 대신 택시 대용으로 쓰라고 모터사이클도 밀수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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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을 통해 밀수된 차량은 대부분 오래되고 낡은 차량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폐차 직전의 차량, 소위 ‘털털이 차‘에 페인트칠만 새로 해서 중고 차량으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북한 중개인이 중국에 직접 가지 못하고 중국 측 중개인 (대방업자)가 보내는 걸 받으니, 차량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정 전문위원은 “이처럼 중국 업자를 통해 들여온 차량은 연식이 지나치게 오래돼 수명이 다한 것들이고 심지어 불량품도 많아 북한에서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박재우
- 위성사진 분석: 정성학 한국우주안보학회 전문위원 (b_chung5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