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관영 언론들이 탄핵된 남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소식을 빠르게 보도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대부분 이러한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최근 남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지만 정작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노동신문은 있으나 마나하게 돼 버린 지 오랜 데다 텔레비죤(TV)도 중계소의 계속되는 정전으로 시청할 수 없다”며 “유선방송은 듣는 사람이 없어 설령 (남한 대통령) 탄핵 소식이 보도되었다 해도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신문의 경우 (하루) 총 인쇄 부수가 5만부인데 그 중 양강도에 맡겨진 출판 부수가 3천부”라며 “그러나 양강도는 종이가 없어 하루 1천부 정도도 인쇄를 못하다보니 시, 군, 당위원회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텔레비죤 방송은 잦은 정전으로 정상적인 시청이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정상적으로 청취할 수 있는 언론이 유선 (스피커 )방송인데 유선 방송은 음질이 나쁜데다 하루 종일 선동음악만 나와 주민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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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주민들이 특별히 알아야 할 내용은 유선 방송인 ‘조선중앙 제3방송’으로 보도를 한다”며 “이 경우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을 통해 사전에 주민들에게 방송 시간을 알려준다”고 전했습니다.
“남한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유선 방송으로 보도했을 것이고, 사전에 보도 시간을 주민들에게 알려 주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앙에서 이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남한 대통령 탄핵 소식을 노동신문에 실었다고 하지만 지금 노동신문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평양시민들과 지방의 일부 간부들뿐”이라며 “현재 각 도 일보사들은 신문 종이가 없어 하루 100부의 노동신문만 보관용으로 인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보도에서 혼쭐나 적극 알리지 않아”
소식통은 “과거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우리(북한)의 신문방송이 신속히 보도했고 주민 강연에서도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며 “당시 탄핵 소식은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주민들 속에서 ‘우리나라(북한)에서도 저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도 저런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말이 노골적으로 쏟아 졌다”며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한국 대통령 탄핵 소식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