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년 만에 재개된 북한의 평양 국제마라톤대회 명칭에서 김일성 출생지를 가리키는 ‘만경대’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 총비서의 선대 지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7일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4월 명절에 즈음해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경기대회가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국제마라톤대회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기념해 1981년부터 매년 열리다가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중단됐고 올해 6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평양 국제 마라톤 대회 명칭을 기존 만경대상 국제마라손경기대회에서 평양 국제마라손경기대회로 변경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김일성의 출생지인 만경대를 기존 평양국제마라톤대회 명칭에서 뺀 것입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마라톤대회 공식 명칭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대회 명칭 앞에 관용적으로 등장했던 ‘태양절에 즈음하여’라는 표현도 이번 대회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 우상화 색채빼기나 선대 지우기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13~15일 김일성 생일 보도에서도 김일성 생일을 우상화해 가리키는 ‘태양절’ 용어를 당일인 15일 한 차례만 사용하는 등 사용횟수를 줄이고 4.15 명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1일 조선유통사가 발행한 신년 우표에서 늘 표기되어온 주체연호가 사라지는 등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해(1912년)를 기준으로 한 주체연호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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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 보도서 ‘광명성절’ 안 보여

북한은 최근 김정일에 대해서도 관련 우상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4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일 탄생 83주년을 경축하는 중앙사진전람회가 전날 열렸다고 보도하면서도, 그동안 김정일 생일을 우상화해 가리켰던 ‘광명성절’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우상화의 중심이 기존 김일성,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옮겨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선대 지우기는 어떤 불안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워서 우상화해도 큰 문제가 없고 간부들과 인민들이 김정은 우상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됐다는 판단 아래 진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1월 선대지도자들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지난해에 이어 참배하지 않았는데, 한국 통일부는 김 총비서가 독자적인 위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 폐교건물 사용하는 길 열려
한편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가 지방자치단체 보유 공유재산을 단독입찰 방식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이 8일 공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일부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는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새로운 학교 부지를 찾아나서야 했는데 해당 개정안은 학령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휴 공유재산이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 정착지원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탈북민에 대한 이해증진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날 공포된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은 탈북민 출신 역대 4번째 한국 국회의원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안,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등을 통합한 것으로, 앞서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