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병력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이 추가 파병 규모를 두고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국방연구원의 두진호 국제전략연구실장이 8일 서울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개최한 기자설명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서 두 실장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여러 차례 전략적인 기회를 맞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김 총비서는 러시아 파병이라는 전례 없는 호기를 이용해 최대한 북한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런 목적으로 러시아와 거래하는 정황이 식별되고 있습니다.
두 실장은 최대 3천여 명으로 추정되는 올해 초 북한 군 추가 파병 규모는 대공세를 감행해야 하는 러시아 군으로선 부족한 수준이라며, 북한이 파병 규모로 러시아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파병 대가와 북한 군 희생에 대한 반대급부 이행 여부 등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추가 파병 규모 조정 뿐 아니라 파병 철회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지난달 러시아의 루덴코 외무부 차관에 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안보서기가 잇달아 북한을 방문하는 등 충분한 성의를 보인 만큼, 당장 불거진 북한 측 불만은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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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두진호 실장은 지속적인 파병과 전쟁 기여 등을 통해 종전 협상 상황에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목적일 것이라며, 향후 파병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종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김 총비서의 선택은 북한 군의 지속적인 파병과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통해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쿠르스크로 국한된 전투반경을 넘어서 향후 도네츠크, 헤르손 등 여타 지역으로 북한 특수작전군의 활동 반경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김정은, 5월 전승절 이전 방러 가능성”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선, 5월 전승절보다는 그 이전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러 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가 생소하고 관련 경험도 적은 김 총비서로서는 전승절 계기 방러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구도로 만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조명도 덜 받는 전승절 전 단독 방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면 이 역시 양측에 불편한 자리가 될 수 있어, 김 총비서는 전승절 전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 상승을 도모하고 파병 등에 대한 반대급부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해 김 총비서를 모스크바로 공식 초대했고, 11월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 군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러 군사협력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종전 과정에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그 어떤 보상도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