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관광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호주(오스트랄리아) 거주 한인 교포가 지난 3월 북한 라선관광을 다녀온 방북기를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북한 여행을 한 바 있는 이 교포는 이번 여행에서 북한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적대감 증대를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30대 후반 호주로 이민을 간 뒤 기회가 될 때마다 북한 관광을 해오던 김영일(58) 씨는 지난 3월초 다녀온 북한 라선관광을 통해 한국에 대한 북한인들의 적대감이 커진 것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미북, 남북 접촉이 활발하던 지난 2018년과 2019년을 포함해 평양에 세차례 관광을 다녀온 바 있습니다.
김 씨는 다양한 관광을 즐기며 그 경험을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시드니한량의 세계여행 Sydneysider Young’ 채널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초 라선을 다녀온 방북 여행 영상도 세차례에 걸쳐 게재했습니다.
김 씨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화상·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여행 안내원 등이 과거 한국을 ‘남조선’, ‘남측’ 등으로 불렀는데, 지난 3월 관광 때는 한국의 국호인 ‘대한민국’을 정확하게 불렀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 이전 방북했을 당시 한국산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던 북한 안내원들을 생각해 이번에도 한국산 피부 미용제품, 라면과 과자 등을 준비했지만 북한 안내원들이 이를 받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안내원들이 웃으면서 ‘이건 안 됩니다’라고 완강하게 거절했다는 겁니다.
[‘시드니한량의 세계여행’ 김영일 씨] (과거에는) 그런 걸 가지고 가서 선물로 줬어요. 그러면 다들 아주 기분 좋게 받았거든요. 한국 제품을 아주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기쁘게 받았는데, (이번에) 딱 안 받으려고 해서 주머니에 그냥 넣어줬어요. 그게 한국제였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되돌려 주더라고요. “이제 대한민국 것은 안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이어 김 씨는 “북한 안내원들에게 주려던 한국의 컵라면, 과자들을 결국 내가 다 먹었다”며 “그런데 안내원이 가실 때 포장지는 반드시 가져가시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북한 안내원이 윤석열 전 한국 대통령의 탄핵이 실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안내원들이 외부 정보에 대해서도 꽤 알고 있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북 안내원들, ‘코로나 한국 유포설’ 믿고 있어”
또한 김 씨는 북한 안내원들이 북한에 신형 코로나가 확산된 원인이 한국에 있다면서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이 대북풍선에 코로나를 담아 유포시켰다”고 믿고 있었다는 겁니다.
[‘시드니한량의 세계여행’ 김영일 씨] 쉽게 말해서 생화학전을 한 것처럼, 그런 거를 일반 주민들한테 (교육)해놔 가지고… 물론 위에서 분위기 좋아지고 잘 하면 정치인들이 (이런 경색 국면을) 잘 풀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냥 적대적으로 (한국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풀기가 정말 쉽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김 씨는 방북 전 비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여행사인 ‘영파이어니어 투어스’ 측에 자신의 가족관계와 관련한 서류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관련 서류를 통해 자신의 가족이 한국에 있는지 여부,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과 그 가족이 공직자인지 여부, 국제여행 경험 등을 기재했습니다.
김 씨는 여행사 측으로부터 북한 관광 시 주의할 점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해 존중할 것, 군인이나 군사 관련 시설들에 대한 촬영을 자제할 것, 북한의 3대 지도자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을 것 등입니다.

김 씨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브이’ 표시를 해서는 안 되고 선글라스 착용도 금지”라며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해야 하고 김일성·김정일 동상 전체가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04년 호주 시드니에 정착한 김영일 씨는 유튜브 채널 ‘시드니한량의 세계여행 Sydneysider Young’을 통해 세계 각지를 여행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 씨는 채널 소개글을 통해 “북한 여행은 아주 특별했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 많기에 같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기회가 된다면 북한 여행을 다시 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다음은 김영일 씨와의 화상·서면 인터뷰 요지
기자: 북한 관광은 어떻게 다녀오셨습니까?
김영일 씨(이하 김 씨):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북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사를 통해서 2번 다녀왔고, 명칭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북한의 해외동포위원회, ‘재오련‘(재오스트랄리아총연합회)이라는 곳을 통해서 2번 다녀왔습니다. 이번 라선 관광은 3월 초 ‘영파이어니어 투어스‘를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저의 첫 북한 여행을 해당 여행사를 통해 진행했었는데요. 이번에 북한이 열리니까 여행사 측에서 관심있냐고 먼저 연락이 왔고 이에 응해서 북한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기자: 북한 관광을 하기 전에 주의사항 등과 관련한 교육을 받으셨나요?
김 씨: 아시다시피 북한의 정치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존중하라는 것이죠.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강조했고요. 사진 찍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의를 주는데, 주로 군인이나 관련 시설은 촬영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관광팀이 25명정도 됐거든요. 장소가 북한이라 관광객들이 처음엔 긴장을 하는데 관광을 하다보면 긴장이 좀 풀려서 찍지 말라고 했던 부분들도 촬영을 하고 그러더라고요. 관광객 한 명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찍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더니 그냥 놔두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또 북한을 관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영상을 제작해서 게재하는 것도 상당히 신중을 기해서 했습니다. 나중에 북한 측이 비자를 내주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줄까봐요. 그런데 영상을 올릴 때 북한 측도 보기에 괜찮아야 하고, 한국 시청자들도 보기에 괜찮아야 하니까 되도록 제 의견을 넣지 않았습니다.
기자: 기억에 남는 주의 사항이 있었나요?
김 씨: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의 사진을 찍을 때 전체가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체·하체 등) 동상 일부만 촬영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또한 동상 앞에서 ‘브이’ 표시를 해서는 안 되고 선글라스도 착용해선 안 됩니다. 옷 매무새도 단정하게 해야 하고요. 이번 여행 중에 기억이 남는 부분은 저희 팀에 유튜버들이 많이 있었다는 겁니다. 영향력이 있는 유튜버들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북한 영상이 희귀하다보니 이런 분들이 관광을 왔던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관광을 위해 따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 같은 것이 있습니까?
김 씨: 여행사 측에서 “당신 가족이 북한이나 한국에 있는가”라고 묻더라고요. 한국에 제 부모님이 계시거든요. 그리고 이 가족 중에서 경찰이나 군인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만 물어봤는데 따로 북한이 제 뒷조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번 라선 여행과 과거 첫번째 북한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 갔고 두번째와 세번째 여행은 호주의 ‘재오련‘(재오스트랄리아총연합회)과 북한의 해외동포위원회를 통해 다녀왔습니다. 여기서는 북한 비자 신청을 위한 신청서가 꽤 있는데요. 여기에 대학교는 어디에서 나왔고 한국에 있는 부모님 정보, 어느 나라를 여행했는지 등을 기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저를 검증하는 절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5개 정도의 서류를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재오련 측이 서류가 통과되면 ‘여행증명서‘를 쪽지 형태로 발급해 줍니다. 그래서 재오련을 통해 북한을 갔을 때는 중국 심양을 거쳐서 들어갔습니다.
기자: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국가‘로 선언한 상황이라, 김영일 씨가 라선 관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면 북한 가이드들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요.
김 씨: 일단 저는 북한 여행 경험이 있으니까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이 됩니다. 처음에는 차가운데, 가까워지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말을 하잖아요? 그러면 대개 조선족이냐고 물어봅니다. 아니면 한국말을 잘 하는 한족이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남쪽 출신”이라고 답하면 특별히 놀라기보다는 냉담합니다. 처음에 만나서 대화할 때는 기분이 안 좋을 정도로 차갑지만 일단 저는 호주 국적자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도 저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긴 어렵겠죠.
“북 안내원, 한국 탄핵 정국에 대해 알고 있어”
기자: 이번 라선관광을 하던 중 만난 북한 사람들이 외부 세계의 정보에 대해 좀 알고 있던가요?
김 씨: 제가 2018, 2019년 남북, 미북관계가 한창 좋을 때 평양을 갔었는데요. 그 때 미북회담이 잘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라선 여행 때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당할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외부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얘기겠죠. 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 안내원이 코로나를 한국이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내서 북한에 확산됐다고 북한 당국이 교육하는 것 같더라고요. 가이드 말이, “엄청 조심했는데도 그렇게 보내버리니 방법이 없더라”고 하는 거에요. 북한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을텐데, 그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완전히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지난 북한 관광 때는 한국을 ‘남조선‘으로 표현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갔는데 ‘대한민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2차 대전 때 나치도 이렇게 바이러스를 보내지 않았다”고 하는 겁니다. 마치 한국 정부가 생화학전을 했다는 식으로 일반 주민들한테 (교육)한 것 같더라고요.
기자: 한국에 대한 적대감이 컸다는 말씀이신가요?
김 씨: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나중에 분위기가 좋아지면 정치인들이 잘 풀어낼 문제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한국에 대해 아주 적대적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남북) 문제를 풀기가 정말 쉽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북한 안내원이 저한테 “선생님이 남쪽 출신 가운데 코로나 이후 이곳 온 최초의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기자: 코로나 전후 북한을 관광해보셨는데요. 코로나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김 씨: 제가 코로나 이전에 평양에 갔을 때 한국제 선물을 많이 사갔습니다. 그 선물을 주면 아주 기분 좋게 받고는 했거든요. 한국제를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과자, 라면, 컵라면에 간단한 피부 미용제품을 챙겨서 북한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여자 안내원에게 줬습니다. 처음에 안 받으려고 하길래 그냥 억지로 주머니에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그 선물을 돌려받았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것은 안 받습니다” 이러더라고요. 과자류도 주려고 가져갔는데 다 안 받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저에게 화를 내거나 그런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웃으면서 “선생님, 이건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더라고요. 아마 한국 제품을 받은 게 발각되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간 컵라면, 과자 등을 제가 차 안에서 다 먹었는데, 안내원이 “가실 때 껍데기는 가져가시라”고 했습니다.
기자: 라선 관광을 하실 때 결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김 씨: 이번에는 위안화를 주로 썼습니다. 라선에서 ‘황금의 삼각주’ 은행에서 20위안을 환전했는데 북한 돈 2만 5,200원을 받았습니다. 평양에서는 미 달러, 유로를 주로 썼는데, 북중 접경지역이라 그런지 위안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여행사 측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원달러 환율은 1달러가 8,000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나 식당 등에선 1달러에 100원 정도의 환율이었습니다.
기자: 숙소 시설이나 전력 상황, 인터넷 등은 어땠습니까?
김 씨: 숙소는 시설이 좋지 않고 제재로 인해 옛 시설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기 사정은 평양이나 라선이나 다 좋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을 할 때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관광 코스로 학교 등 여러 시설을 방문했는데, 도착하면 전기가 꺼져 있다가 저희가 도착하면 그때서야 전기를 공급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넷은 당연히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국경에 가까워졌을 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졌고 그 때 관광객들이 SNS 등 인터넷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때 북한 안내원이 당황하더군요. 앞으로는 이와 관련한 조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달 갑자기 라선 관광을 중단했는데요. 이유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을까요?
김 씨: ‘영파이어니어 투어스’ 사장과 북한 안내원 가운데 책임자인 사람이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요. 몽키팍스(Monkeypox, 원숭이두창) 전염병 때문에 취소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