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담배공장, 판로 막혀 생산 축소”

앵커: 북한의 지방 간부들이 비싼 여과담배를 외면하거나 바깥에서만 체면치레를 위해 피우고 있다는 소식, 지난주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전해드렸는데요. 북한 담배공장들이 판로가 막혀 최근 생산을 축소하고 있고 장마당에서 파는 담배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올해 우리나라(북한) 담배 공장들이 판로가 막혀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반기에 생산한 담배도 아직까지 팔지 못해 담배공장 노동자들은 월급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국내에서 팔리지 않으면 수출을 많이 하든지, 수출이 안 되면 국내에서 많이 팔아야 하겠는데 지금은 국내 판매도, 수출도 다 막혔다”면서 “중국과의 합영(합자)으로 담배 공장들이 연이어 설립되던 2000년 이후 이렇게까지 판로가 막힌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근로자들의 월급을 인상한 후 국내의 여과담배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장마당에서 다른 상품의 가격은 날개 돋친 듯이 오르기만 하는데 유독 여과담배의 가격만 계속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장마당 가격으로는 원가도 건지기 어렵다는 것이 담배공장 간부들의 하소연”이라며 “원가를 뽑고 노동자들 월급까지 주려면 타르 함량 8mm 이상인 담배들을 곽당(한 갑당) 우리(북한) 돈 3만원(1.25달러), 중국 인민폐 10위안(1.3달러) 이상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혜산 장마당에서 타르 8mm짜리인 대동강 담배 한 곽에 우리 돈 5천원(0.2달러), 타르 12mm인 려명은 2만원(0.83달러)”이라며 “현재 장사꾼들이 팔고 있는 여과담배들은 올해 구입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구입했다가 팔리지 않은 것들”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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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여성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여성 2016년 9월, 한 여성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 앞에서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AP)

이와 관련 양강도 무역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4일 “중국에서 팔리는 우리나라(북한) 담배들은 공식적인 무역통로가 아닌 밀수로 들어간 것들”이라며 “현재 담배 밀수 통로는 신의주 한 곳만 남아있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019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여과담배는 국경 연선 어디서나 밀수로 쉽게 중국에 넘길 수 있었다”며 “하지만 2023년부터 중국 정부가 밀수 담배 단속을 강력히 벌리면서 지금은 국경을 통해 담배를 밀수(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의주에서는 고기잡이 어선으로 가장한 무역기관의 선박들이 담배를 싣고 바다에 나가 중국 어선들에 넘겨주는 방법으로 밀수를 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막히면 우리나라의 담배공장들은 당장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근로자들의 월급을 인상한 후 생필품 가격이 전부 두, 세배로 오르면서 지난해 9월에는 7.27과 려명 등 일부 담배들이 한 곽에 4만원(1.6달러)까지 올랐었다”며 “하지만 이후 유독 담배 가격만 계속 내려 지금은 장마당에서 7.27과 려명을 2만원(0.83달러)이면 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7.27이나 려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던 ‘노동교양대(수감시설)’ 안전원들도 지금은 말아초(종이로 말아 피우는 담배)만 피운다”며 “그만큼 우리(북한) 경제 형편도, 주민들의 생활 형편도 좋지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경제침체도 큰 영향 미쳐

그러면서 소식통은 “우리(북한)의 주요 무역국인 중국도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어 경제 상황이 더욱 안 좋게 흐르고 있다”며 “그동안 나라에 큰 이익을 주던 담배마저 판로가 막혔으니 다른 분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