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일부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마당 학용품을 구매해 팔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 학년도 신학기(4/1)에 들어선 북한의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학생에게 교과서와 학용품이 필수입니다. 일부 교과서는 교육기관에서 공급했지만 학용품은 대부분 장마당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일부 현직 교사들이 장마당 중개자로 나섰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은산군 읍 소학교 3학년에 진학한 딸에게 필요한 학용품은 학급 단체로 내주는 것을 샀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새 학년도 시작 전 담임교원이 학급 학생들(30명)에게 멜가방(등에 메는 책가방)과 민둘레 학습장 20권씩 단체로 공급하고 나서 돈을 거두었다”며 “학습장 1권에 (내화) 500원, 멜가방은 6만원(미화 3달러)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담임교원이 장사꾼과 손잡고 학습장과 멜가방을 도매가로 넘겨받아 학생들에게 장마당 소매가보다 조금 싸게 단체로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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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학부모들은 선생이 오죽하면 장사꾼과 손 잡고 장사에 나섰겠냐며 큰 불평은 없지만, 교육기관이 장마당 상품을 되거래하는 장소가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현직 교원들이 장마당 상품을 담임학생들에게 단체로 파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현직 교사에 ‘장사 수익 떼준다’ 제안
그는 “새 학기가 다가오면 장사꾼들이 먼저 교원을 조용히 찾아가 학생들이 장마당에서 사야 하는 학습장과 분도기 등 학용품 세트를 단체로 사도록 조직해주면 장사수익을 떼 주겠다고 제의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월급만으로 살 수 없는 현직 교원들은 장사꾼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데, 고급중학교 교원보다 소학교 교원들이 이 제의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소학교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고원군 장마당에서 학용품을 팔던 여성 장사꾼도 소학교 담임 교원 세 명과 연계하여 학용품을 팔고, 각 교원에게 중개 대가로 30만원(미화 15달러) 현금을 봉투에 넣어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직 교원들의 기존 월급(평균 3천원)도 지난해 4월부터 20배 인상되었지만 장마당 물가가 계속 올라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조건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장사꾼과 손을 잡는 교육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