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현행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법 개정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것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A씨에게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탈북민 사회에서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반발이 있었습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 탈북민 1호 변호사인 이영현 변호사의 말입니다.
[박정오 큰샘 대표] 나이 드신 분들 장사도 못하잖아요. 앓고 있거나 하면 계속 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약도 사야 하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이영현 탈북민 1호 변호사] 경찰들이 공감대도 부족하고 실적쌓기에 너무 연연한 게 아닌가 그런 부분들이 여러 모로 아쉽습니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의 오윤성 입법조사관은 14일 ‘북한이탈주민 재북 가족 송금의 법적 쟁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현행 법령상 탈북민의 재북 가족 송금이 불법적 행위를 수반하지만, 1회당 송금액이 비교적 소액이고 목적이 주로 생활비, 의료비 지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이 영리적 목적을 갖고 재북 가족 송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단발성으로 소액을 송금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각종 법 절차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 입법조사관은 탈북민의 재북 송금 관련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며, 최근 법원의 유죄 판결로 인해 이같은 입법 논의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2년 정부는 북한에 있는 주민에게 금전을 지급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임기 내 의결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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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입법조사관은 향후 논의에서는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금융 협력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점, 대북 송금을 양성화할 경우 오히려 북한 당국이 송금 현황을 파악하기 쉬워진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윤성 입법조사관의 말입니다.
[오윤성 국히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북한 당국이 송금액을 회수한다거나 아니면 당국 자금으로 유입을 시킨다거나 이렇게 답변된 내용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관리를 하게 되면 북한이 파악할 수 있는 루트가 조금 더 용이해지지 않을까 이런 의견에서 쓴 것입니다. 제가 이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 것은 국회든 통일부든 이러한 논의를 좀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의 환기 목적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 입법조사관은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 제25조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활동에 대해 사안별 면제 신청을 받는다고 밝힌 점, 미국의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 제401조가 인도주의적 지원 배분 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북 송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도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오 입법조사관은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어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사법 절차에서의 기소유예 등 인도적 묵인 조치까지 포함해 처벌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행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탈북민 가족 송금’ 합법화 위해 법 개정 필요
탈북민들의 재북 가족 송금을 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행법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은 앞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탈북민의 북한송금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에서 탈북민의 가족 송금 시도에 있어 장벽이 되는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은 외환업을 영위하려는 사업체에게 적절한 시설 등 특정 요건을 갖출 것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식 등록될 것 등을 요구하고 있고,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금융거래 및 경제적 물자 이동에 있어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각각에 대해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을 위한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탈북민들의 가족 송금이 북한 내 민간 자원을 제공해 북한 당국의 경제 독점을 약화시키고 가계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며, 송금 과정에서 형성되는 인적 연결망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는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파생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인요한 의원은 탈북민 재북 가족 송금 합법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