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에 나설 경우, 핵무기 보유가 북한과의 재래식 군비 경쟁으로 번지는 인도·파키스탄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가 16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국 핵무장 담론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는 데 필요한 정치·외교적, 경제적, 기술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금이 과연 핵무장을 할 때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있는가, 이것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국이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결론입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치·외교적 비용으로 국제 핵비확산 체제 위반에 따르는 제재와 미국 국내법에 따른 제재를 꼽았습니다.
특히 미 의회는 행정부에 비해 일관되고 강력하게 핵비확산을 추구하고 있고, 이 같은 미국 법체계에 다른 제재는 의회를 거치지 않는 한 대통령이라도 독자적으로 폐기하거나 면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 형태로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도 핵무장시 한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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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한국의 핵무장을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위기 당시와 유사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한국 핵무장, 국제 제재로 경제위기 초래할 수 있어”
핵무장으로 촉발될 경제적 비용으로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에 비견되는 경제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다면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 해외 투자자 철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대외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르는 핵분열물질 공급 중단 조치로 인해 한국 내 민간 원자력발전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핵무장으로 기대한 한반도 정세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이 서로 핵사용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더라도, 오히려 핵보유국 간 갈등이 고조돼 재래식 군사 충돌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며 극단적으론 제2의 북한, 이란이 될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도 핵을 보유한 한국과 북한이 인도·파키스탄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남북한의 상호 핵억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닮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나라 조차도 안보 경쟁을 하며 상대를 없애버리겠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남북 경쟁은 인도·파키스탄보다 훨씬 치열합니다.
전 연구위원은 핵을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경우 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지 않아 외부 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거나, 미국과 특수관계를 맺어 제재를 일부 면제받는 상황이라며 이를 한국이 참고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선 외부 제재로 인한 타격을 버티기 어렵고, 국내 전력 수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이 흔들리는 결과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안보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한국이 세계에서 핵무기 위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나라라며,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