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인들, 김정은 찬양 강연에 “허황했다”

앵커: 북한 군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을 계기로 군인들을 상대로 김정은 찬양 녹음 강연을 진행했는데 일부 병사들은 내용이 모호했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앞두고 인민군 총정치국이 김정은을 찬양하는 녹음 강연을 제작해 육, 해, 공 각 군부대들에 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가까워지면 해마다 이 같은 강연이 진행된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4.15가 눈앞이었던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인민군 각 부대 별로 녹음 강연이 진행되었다”며 “강연의 제목은 ‘주체의 선군 태양을 모신 위대한 조국이여’였다”고 전했습니다.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제작한 이 강연은 길이가 1시간 40분이었다”며 “강연 내용을 놓고 인민군 각 중대 별로 학습과 감상 발표 모임까지 있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강연의 주제는 ‘김정은이 있어 영웅적 조선인민군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 조국이 있다’는 내용”이라며 “줄거리는 ‘군사강국 건설’, ‘인간 사랑’, ‘정의의 화신’, ‘세계가 우러르는 어버이’, 이렇게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연은 매우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목소리로 녹음되었는데 정작 내용은 매우 애매했다”며 “예컨대 김정은이 어느 군부대 병실에 들렸다가 병사들의 담요를 보고 매우 가슴 아파하며 즉각 새 담요를 마련해 주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정확한 군부대 명칭이나 구체적으로 담요 몇 장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정의의 화신’, ‘세계가 우러르는 어버이’라는 내용은 제국주의 자들의 압력과 고립말살책동을 과감하게 분쇄하는 김정은의 전략과 배짱에 세계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사실인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감동보다는 좀 허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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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 위원장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 위원장 2024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AP)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군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2일 “4.15를 앞두고 인민군 총정치국이 조직한 녹음 강연을 들었다”며 “인민군 창건일인 2월 8일을 앞두고도 그런 강연이 있었고, 앞으로 7.27(전승절)과 당 창건 기념일(10/10)을 앞두고도 또 그런 강연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군 총정치국은 군인들을 위해 한해에 7~8개 정도의 녹음 강연을 만든다”며 “그 중 4~5개는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고, 2~3개는 인민군 내부 기강해이와 규율위반 행위를 폭로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4.15를 앞두고 진행된 강연도 기존의 김정은 찬양 강연들과 내용이 비슷했다”며 “조금 색다른 내용은 김정은이 (2023년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뿌찐(푸틴) 대통령이 작전 지도를 펼쳐놓고 조언을 구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뿌찐 대통령이 펼쳐놓은 작전 지도를 보고 김정은이 단번에 막힌 고리를 풀어 냈고, 덕분에 뿌찐은 어려움에 처한 전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며 “미국은 동북아와 세계 무대에서 매 순간 우리(북한)의 눈치를 보며 마음대로 전쟁 연습도 못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경경비대와 해안경비대는 강연에서 제외돼

하지만 소식통은 “이번 녹음 강연에서 국경경비대와 해안경비대는 제외되었다”며 “지난 시기 국경경비대와 해안경비대를 통해 군사 비밀이 외부로 누설된 사례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민감한 강연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가끔씩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