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지난해 4월, 물가 억제를 위해 지정한 ‘15가지 필수 소비품 가격’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초까지 ‘15가지 필수 소비품 가격’을 준수하라고 백화점과 종합상점은 물론 장마당 장사꾼들까지 압박하던 북한 당국이 최근에는 더 이상 ‘필수 소비품 가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장마당 통제는 여전하지만 시장 관리원들이 더 이상 ‘필수 소비품 가격’을 말하지 않고 있다”며 “3월 말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한 지방공업공장들도 필수 소비품 판매가격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1월, 근로자, 공무원들의 기본 월급이 기존의 2,500원(0.1달러)에서 3만원(1.25달러)으로 오르자 생필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되자 중앙에서 지난해 4월, 주민들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소비품 15가지의 가격을 매우 싸게 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국영 상점들과 장마당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중앙에서 지정한 필수 소비품은 간장, 된장, 소금, 계란, 두부, 치약, 칫솔, 세수비누, 빨래비누, 입쌀, 통강냉이, 밀∙보리, 운동화, 편리화(여성신발), 지하족(노동화), 이렇게 15가지”라며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국가가 운영하는 백화점과 종합상점들은 물론 장마당에서도 필수 소비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들은 가격이 너무 싸게 정해져 만들수록 손해인 15가지 소비품을 아예 생산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원료, 자재를 직접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장, 기업소들이 필수 소비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중앙에서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여름, 필수 소비품은 골목길 암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말부터 무역기관들이 수입한 중국산 기초 소비품이 장마당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사법기관들은 백화점과 종합상점에서 판매하는 국산 필수 소비품만 가격 통제를 하고 장마당에서 팔리는 중국산 필수 소비품은 가격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앙에서 국산 필수 소비품의 가격만 지정하고 외국산 필수 소비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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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7일 “올해 1월까지 국산 필수 소비품에 대한 통제를 형식적이나마 진행했는데 2월 중순부터는 가격 통제를 위해 파견되었던 사법기관의 검열원들까지 슬그머니 철수했다”며 “중국산 필수 소비품이 장마당을 장악하다 보니 국산 필수 소비품의 가격 통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방공업공장들도 필수 소비품 판매가격 안 지켜
“다만, 지금도 백화점이나 종합상점에서는 국가가 정한 가격대로 필수 소비품을 팔아야 한다”며 “그러나 지방공업공장들마저 생산한 필수 소비품을 장마당에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있어 백화점과 종합상점들엔 필수 소비품이 거의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들은 얼음이 풀려 수력발전소들이 가동을 시작한 지난 3월 말부터 부분적인 생산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중앙에서 정한 가격대로 팔면 원료, 자재 값도 못 뽑기 때문에 생산된 소비품을 국가가 정한 가격 보다 비싼 가격으로 몰래 장마당 장사꾼들에게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법기관들도 가격 통제를 안 하다 보니 지금은 장마당에서 필수 소비품의 가격이 다른 상품들과 비슷하게 오르거나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