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양강도 산간 지역에 최근 강한 서리가 내려 일부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종자를 넉넉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다시 파종을 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5일 “백두산과 가까운 운흥군과 백암군, 삼지연시와 보천군의 농장들이 지난 21일부터 23일 사이 강한 서리 피해를 입었다”며 “특히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와 개인 소토지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서리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밤 연속 내려 피해가 더 컸다”며 “이 기간 삼지연의 낮 온도는 3도, 백암군, 운흥군, 보천군의 낮 온도는 7도였고, 삼지연의 밤 온도는 영하 7도, 백암군과 운흥군, 보천군의 밤 온도는 영하 4도였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양강도는 봄이 일찍 찾아와 기존에 5월 9일부터 시작하던 씨붙임(파종)을 5월 4일부터 시작했다”며 “20일까지 전반적인 씨붙임이 끝났는데 이제 막 싹이 튼 농작물들이 심한 냉해를 입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서리 피해를 입은 감자와 강냉이는 땅속에서 계속 새싹이 올라오는 외떡잎 식물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메주콩과 줄당콩(울타리콩), 해바라기와 같은 기름 작물, 오이, 호박과 같은 남새(채소)는 모두 쌍떡잎 식물이어서 한번 서리 피해를 입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외떡잎 식물은 땅속에서부터 줄기와 잎이 자라기 때문에 서리에 강한 한편, 쌍떡잎 식물은 땅 위에 펼쳐진 떡잎에서 줄기와 잎이 자라기 때문에 떡잎만 얼게 되면 그대로 죽어버린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의 주요 농작물은 감자와 강냉이이지만 메주콩과 줄당콩(울타리콩)도 많이 심는다”며 “메주콩은 두부나 비지로 먹을 수 있어 식량을 대체하기 위해 많이 심고, 줄당콩은 외화벌이 과제로 거두기 때문에 많이 심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특히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들엔 기름 작물인 메주콩과 해바라기만 심었는데 이번 서리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아직 가을까지 시간이 많아 이제 다시 심어도 늦지 않지만 문제는 더 이상 심을 종자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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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6일 “이번 서리로 제일 큰 피해를 본 것은 소토지를 다루던 영예군인(재향군인)과 연로 보장자들”이라며 “양강도는 올해 개인 소토지를 모두 회수했으나 영예군인과 연로보장자들에게는 따로 토지를 나누어 주어 농사를 짓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영예군인과 연로보장자들은 일반 주민들과 달리 소토지에 메주콩만 심어 이번에 피해가 컸다”며 “감자는 부피가 커 운반이 어렵고, 강냉이는 도둑질이 쉬워 체력이 약한 영예군인이나 연로보장자들은 심어 가꾸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피해 소식 알려지자 메주콩 가격 상승
소식통은 “서리 피해를 입은 농장과 원료기지에 메주콩을 다시 심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들이 팔던 메주콩의 값이 오르고 있다”며 “26일 현재 혜산시에서 kg당 6천3백원(0.28달러)이던 메주콩이 8천6백원(0.39달러)으로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이번 서리로 양강도는 벌써 메주콩과 줄당콩, 해바라기 농사를 망쳤다는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요즘처럼 기온이 오르지 않을 경우 앞으로 몇 차례 서리가 더 내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