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에 대해, 북한이 전쟁과 파병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를 방문해 지난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제3차 전략대화를 가진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양측은 이른바 ‘양국관계의 백년대계’를 위한 다방면에서의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에 대한 전적인 지지와 함께 이들을 향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군을 언급하며 “그들의 용기와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최 외무상은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호응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최 외무상은 러시아에 도착한 다음 날인 19일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북한 군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도왔다며 지도부에 대한 사의를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최근 북중 간 최고위급 교류를 포함해 북중러 3국 밀착 양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북중 간에는 우호조약 65주년을 기념해 고위급 교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런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외교부는 21일 “북러·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북한의 대화 복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지속해서 경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된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일 장관이 만날 예정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북러·북중 간 교류 심화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지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북러 전략대화가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고위급 소통을 제도화하면서 조약 이행과 다방면에서의 협력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러시아 방문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윤민호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20일): 북중·북러 간 밀착 동향은 지속되고 있는 부분인 만큼,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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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러, NATO 정상회의 계기 밀착 움직임”
이와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양국이 최근 열린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밀착 움직임을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과 군사 및 기술 협력을 하는 데 있어서 훨씬 부담을 덜게 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이제 북한과 좀 더 높은 수준의 군사 협력을 해도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란 것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으로 볼 때 러시아로선 북한의 도움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이럴 때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이어온 북한으로선 향후 더 큰 반대급부를 끌어낼 수 있는 지렛대를 갖게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아닌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미국에 준하는 수준의 예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미국 국무장관이나 스티브 윗코프, 재러드 쿠슈너만 만나줬지, 그 어느 나라 외교장관이 특사로 와도 안 만나주는데 최선희 외무상은 이번에 직접 만났습니다. 양국 간 끈끈한 연대를 보여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볼 때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미국만큼의 대우를 받은 것입니다.
두 센터장은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한 단기간 밀착을 하고 있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과는 달리, 러시아는 중·장기적인 제도적 동맹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북한에 큰 정치적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는 노골적인 군사협력을 추진하면서 이에 부담을 느끼는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3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밝힌 핵무력 강화와 재래식 무기 현대화는 러시아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군사기술 지원과 군수물자 공급망 구축을 러시아와,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해 나가는 방식을 북한이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두진호 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북중러 3국이 연대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쟁 등으로 좀 더 다급한 상황에 놓인 러시아가 최선희 외무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러시아 방문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임 교수는 러시아로선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만큼, 회담을 통해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는 어려운 현 시점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