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자동차 다리의 러시아 측 도로와 세관 공사가 눈에 띄게 진척된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됐습니다.
북한 나선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하루 최대 300대의 차량과 2천850명이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애초 6월 19일에 개통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북한은 예정일 이전에 세관 시설과 도로 공사, 검문소 설치 등을 완공했지만, 러시아 측은 공사가 지연되면서 개통이 미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국의 NK News에 따르면, 러시아 하산 지구의 행정 책임자인 이반 스테파노프는 러시아 국영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와 한 인터뷰에서 “교량은 이미 운용 준비가 완료됐으며 9월 초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9월 개통 가능할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분석한 9월 2일 위성사진에 따르면 두만강 자동차 다리와 러시아 측 검문소를 잇는 도로 공사가 끝났고, 화물 트럭용 주차장과 검사 구역도 아스팔트 포장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위원은 RFA에 러시아 세관 단지를 통과하는 화물 트럭 진입 도로와 주차장, 화물 검사 구역 등은 완공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세관 검문소로 이어지는 수백 미터 길이의 미포장 구간 공사도 거의 마무리됐으며, 출입국 심사와 차량 검사를 담당하는 건물의 외벽과 지붕 공사도 거의 마친 가운데 내부 설비와 통관 시스템 설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정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기술적, 물리적으로 9월 개통도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된다는 겁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8월 초부터 공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지만, 여전히 세관 단지의 절반 구역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인 정황도 확인됩니다.
군수 물자 수입 통로 활용 가능성
지난 8월 중순, 중국 지린성 훈춘 지역을 방문한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RFA에 러시아 세관에서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 실장은 “당시 공사 현장에 중장비가 동원되고 다수의 인력이 투입돼 있었다”라며 “올해 안, 빠르면 9월 중에도 다리가 개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의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RFA에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개통되면 북한이 러시아의 군수 물자를 수입하는 통로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잠수함 등을 꾸준히 개발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데, 해상이나 철도 수송에 비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덜 받으면서 병력과 무기를 들여오는 새로운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현지 사정에 밝은 한 탈북민도(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이 다리가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면서, 하룻밤 새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백 대의 차량이 국경을 넘은 것처럼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열리면 북러 간에도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훨씬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다리가 개통되면 군수 물자를 비롯해 생필품, 전략물자 등을 포함한 물적∙인적 교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질적 경제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봅니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 8월 15일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러시아가 대북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 수입에서는 2% 수준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건설한 새 다리는 실질적인 물동량 증가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큰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입니다.
정은이 실장도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북러 양측의 필요에 의해 개통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고 인적∙물적 교류의 편의성에 크게 이바지하겠지만, 기존 철교 옆에 다리 하나가 더 생긴 것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획기적인 물류의 변화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는 겁니다.
북중러 밀착 관계 상징... 북한 전략적 입지도 과시
이런 가운데 북한과 중국을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측 세관 공사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지난 8월 3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다리와 세관을 연결하는 도로의 포장 공사가 마무리됐으며, 다리 위 세관 앞에서 새 게이트(gate)도 생겼습니다. 지난 7월과 비교하면, 세관 단지 내 바닥 포장 공사와 건물 외벽, 지붕 공사 등이 빠른 진척을 보이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에 완공된 이후 북한 측 세관 공사가 10년 넘게 지연됐지만, 2025년 1월 공사가 재개되고 창고와 물류 시설, 세관 청사, 보안 시설 등에 관한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안에 다리가 개통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 대표는 여전히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여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에 달렸다면서, 세관 공사가 완료된 이후 실제 다리 개통으로 이어질지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신압록강대교와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모두 올해 안에 개통될 경우 북한과 러시아, 중국 간 경제·군사·외교 협력이 가속화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특히 정은이 실장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두 다리의 완공과 개통은 북·중·러 간의 밀착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의 협상력과 역내 전략적 입지를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