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종전선언 추진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운데서도 교착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일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가 공동 주최한 ‘2022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올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종전선언 추진 과정이 그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한미, 한중 대화 등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대북접촉을 유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중국 정부가 적어도 대회 기간 중에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 평화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며, 대회를 계기로 한 남북 실무진 차원의 접촉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종철 대전대 객원교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남은 현 시점에 외교적 보이콧이 이뤄지고 있고,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으로 인해 상당히 조용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종전선언을 시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 기회를 통해 장관급이나 실무진이 접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다만,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자국 내 코로나19와 경제 문제 등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주도하기 어렵고, 북한도 자신들의 전략적인 지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기다리기’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 하반기에도 남북, 미북 간 교착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군사행동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자제하는 ‘모라토리엄’은 유지하면서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은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한 인공위성 시험발사를 감행하는 경우 ICBM 기술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5일 간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과에서 구체적인 대남,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방역과 경제 등 대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대외적으로도 지난해 초 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것에서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올 하반기 미국 중간선거 등 다가오는 일정과 국제 정세의 유동성을 고려해 정책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이번 회의 결과에서는 정치·군사나 대외 부문보다는 경제 분야 언급이 많았다며, 특히 농업 부문을 독립 의제로 설정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을 특이한 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한 해를 결산하고 다음 해의 사업방향을 지시하면서 예년처럼 비판과 질책을 강하게 하지 않은 점,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위대한 승리’라는 표현을 쓴 점도 눈여겨 볼 부분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이자 김정은 집권 10년째가 되는 해였던 만큼, 경제 목표에 미달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보통 '위대한 승리'라고 한다면 그 다음에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표현 등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첫 해 목표가 부분적으로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달성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양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타격이지만 사회 기강을 잡는 데는 좋은 구실이 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올해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희관 인제대학교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회의 결과를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호전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는 한국이나 주변국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기회를 살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