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쏘아 올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이후 78일 만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쐈고, 한미 정보 당국은 이를 정밀 분석 중입니다.
합참은 현재 추가 발사에 대비해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사는 새해 들어 북한이 감행한 첫 무력시위로, 지난해 10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올린 이후 78일 만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대응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국내외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발사체의 세부 제원에 대해 한미 국방 및 정보당국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분석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원인철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로 인한 우려를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북한도 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미 양국 북핵 수석대표 간 유선 협의도 이뤄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 발사체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양측은 향후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이번 도발에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작년 이후 북한이 연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경계와 감시를 강화할 것이며, 정보를 상세하고 시급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탄도미사일 등의 거듭되는 발사를 포함한 일련의 북한의 행동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 전체의 심각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전 임시 기자설명회에서, 통상적인 탄도미사일 궤도라면 약 500km를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해, 당 전원회의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 하반기에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하기는 힘든 만큼 기존의 도발 수위를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국의 대선, 미국 중간선거 등을 감안할 때 고강도 도발은 북한으로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저강도 단거리 발사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미를 압박하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당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공개한 국방력 강화 의지를 가시화하는 한편, 이를 일상적인 훈련 내용으로 포장하기 위해 일부러 동계훈련 기간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도발을 고강도 도발이나 대남·대미 강경 정책 선회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이 자신들이 예고한 신무기 개발의 일환으로 이번 발사를 감행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이 북한 군의 동계훈련 기간이고 곧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만큼 신형 전략무기보다는 이미 전력화 및 실전배치를 마친 대구경방사포나 단거리전술미사일의 성능개량과 숙달훈련을 위한 발사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방력 강화 계획을 그대로 실행해 나가고 있는 것일 뿐, 이를 한국전쟁 종전선언이나 한국 대선,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번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경 봉쇄와 대외 교류 차단 등 현재의 방역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이런 가운데 북한이 향후 재개될 대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간헐적인 미사일 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어떤 유인책을 제공해도 이 같은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이에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