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중갈등 이용해 미국 압박 분산 의도”

지난달 27일~31일 진행된 제8차 제4기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지난달 27일~31일 진행된 제8차 제4기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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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구조를 이용해 북중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압박을 분산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중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분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022 상반기 정세 포커스’ 보고서에서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겠다는 외교안보전략을 이미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나아가 이같은 구도 속에서 향후 북핵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성공적인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위해 대미관계에서 수세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공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미중갈등 속으로 빨려들어가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 미국과 장기전을 하기 위해 미중갈등 구조를 이용해서 북중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미중전략경쟁이 지속되면 사실 북한은 그 틀 속에 들어가는 것이죠. 올림픽 때까지는 올림픽 성공을 바라기 때문에 중국이 로우키로 가겠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중국의 대외전략이 좀더 공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올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미중갈등에 한반도 전체 분위기가 빨려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는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내부 정세에 집중하는 형세로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다면 오는 3월 진행되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라고 진단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은 새로 취임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 흔들기 전략을 반복했었다”며 “북한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5월 예정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에 대해서도 북한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올해 김정은 우상화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올해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80주년을 맞은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위를 선대와 같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며 ‘대원수’ 칭호를 부여받을지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공표된 공식문건에 등장하지 않아 아직 시작단계로 보이는 통치이념, 김정은주의가 올해 본격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 2022년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연계시켜볼 때 김정은 유일지배구조를 보다 강화하고 수령우상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밖에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지난 제8차 제4기 전원회의에서 대남ㆍ대외관계 결정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유가 “향후 정세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담겼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올해도 무력시위를 강행하면서 무기시험의 원인을 한국에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국제적 파급효과를 의식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재래식 도발의 형태로 무력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베이징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코로나 비루스의 확산 추세로 볼 때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바라봤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