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충분히 가능…미국 무기와 닮아”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으로,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왼쪽)과 작년에 발사한 화성-8형(오른쪽)으로, 탄두부 모양이 다소 다른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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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공개한대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며, 그 성능도 북한 측 주장에 근접했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의 분석과 달리 북한이 최근 발표한 극초음속미사일 관련 내용이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9일 작성한 ‘북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시험발사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주장한 120km의 측면 기동과 700km 떨어진 표적 명중 등의 미사일 성능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모의실험 결과 해당 미사일이 북한이 주장한 만큼의 성능을 보일 수 있으며, 지난해 9월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과 다른 형태의 발사체 시험을 통해 공기역학과 유도제어, 내열 성능 등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입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미 육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Long-Range Hypersonic Weapon)도 북한이 공개한 것처럼 원뿔 형상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장 교수는 한국 군이 발사 당일 사거리와 고도 등을 발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풀업 기동’, 즉 비행 후반에 고도를 다시 올리는 움직임을 통해 비행체가 탐지됐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다만 이번 미사일이 지난해 10월 평양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된 무기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원뿔형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비행 관련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위원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북한이 기반 기술을 이미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이 더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위원: 지금은 사거리가 짧을 수 있지만 앞으로 1단 추진부를 좀 더 늘린다면 괌이나 알래스카, 주일미군기지까지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극초음속미사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지난 7일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이 주장대로 극초음속미사일은 아닐 것이며, 성능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이상숙 연구교수는 10일 ‘김정은 시기 북중관계와 북한의 대중국 정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에 밀착해 북중협력에 치중하고 있는 북한이 장기적으로는 의존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른바 ‘대중국 자주외교’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대남, 대미 대화를 중단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협력외교에 집중해왔고, 이를 미중 경쟁을 활용해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대중국 협력외교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대미관계 개선을 추구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중국의 내정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 구 소련 간 분쟁을 계기로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했던 사례가 있고, 그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협력외교와 자주외교를 병행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의 ‘대중국 협력외교’가 ‘자주외교’로 전환되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 관계에 의존한 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지 않도록 미북관계 개선의 동력을 한국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