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천 명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여러 곳에서 파업과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은 19일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이유로 파업과 폭동을 일으켰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이날 고 특보가 ‘중국 지린성에서 북한 근로자 수천 명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폭동’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소식통 등을 인용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매체 가운데 우익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고 특보는 산케이 신문 보도 이후 연락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사건 개요 등을 전했습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 지난 11일쯤 중국 지린성에 나와있는 여러 공장에서 파업 형태로 시작했다가 급여를 안 줄 것 같으니까 집기도 부수고 재봉틀도 부수고 하면서 난동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한 북한 국방성 산하의 여러 회사는 코로나 사태로 북중 간 왕래가 끊긴 지난 2020년 이후 중국 측이 지급한 임금 가운데 북한 노동자 몫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전쟁 준비 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보냈습니다.
노동자들에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귀국할 때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론 이를 모두 본국에 송금한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북중 간 왕래가 재개된 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북한 노동자들은 지난 11일쯤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이는 지린성 내 의류 제조 및 수산물 가공 하청업체 공장들로 확대됐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공장을 점거해 북한 간부를 인질로 삼거나, 기계를 파괴하는 폭동으로 까지 발전했다는 설명입니다.
고 특보는 북한 지도부가 이 사건을 이른바 ‘특대형 사건’으로 지정해 주선양 북한 총영사와 국가보위성 요원을 급파했고, 임금을 즉시 지불하는 조건으로 사태를 수습해 15일쯤 상황이 다소 진정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이를 지급하기 위해 중국 주재 외교관과 주재관, 회사 사장들에게 각출을 강요하며 돈을 모으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 고 특보의 말입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평양에 돌아가야 하는데 돈은 없고, 그러니 분노가 폭발한 것인데 결국 시간 싸움입니다. 빨리 돈을 마련해서 그들을 만족시키면 진정되겠지만 갑자기 수천 노동자들의 밀린 급여를 모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고 특보는 이번 사건이 하나의 선례가 돼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나 아프리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 각지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해킹 등 불법 행위에 투입되는 것도 중국 등 파견지 정부로서는 북한의 신규 노동자 파견을 승인하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난, 외화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이 노동자 해외 파견을 계속 시도할 것이란 분석은 앞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2일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의 말입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2일 '2024년 북한 신년메시지 분석과 정세전망' 토론회): 북한이 다양한 방식의 노동자 송출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제재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고 특보는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뿐 아니라 열악한 거주 환경과 식사, 탈북을 막기 위한 여권 회수와 스마트폰 압수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 및 폭동 소식과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상황을 알지 못한다며, 이를 파악한 뒤 다시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