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명절마다 북한의 조상들을 기리는 실향민들의 행사인 망향경모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설에도 열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향인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과 탈북민들로 명절마다 북적였던 임진각 망배단이 이번 설에도 한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비루스로 인한 한국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북한의 조상들을 기리는 실향민들의 행사인 망향경모제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에도 열리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들의 단체, 통일경모회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같이 밝히며 다만 “개별적으로 임진각 망배단을 찾는 가족들을 위한 차례상은 마련해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망배단을 찾는 개별 가족들을 안내하는 소수 인력들도 함께 배치될 예정입니다.
망향경모제는 지난 2020년 추석 명절부터 신형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행사를 주최해왔던 통일경모회는 망배단에 차례상을 마련해놓고 개별적으로 임진각을 방문하는 실향민, 탈북민들의 그리움을 위로해왔습니다.
이종구 통일경모회 총무이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상황 이후에도 명절마다 오시는 분들은 계속 오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실향민들의 경우 망향경모제가 열리지 않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종구 통일경모회 총무이사: 실향민들은 당연히 아쉬움이 많죠. 이런 계기로 (임진각으로) 나오셔야 실향민들끼리의 만남도 이뤄지니까요. 명절에 (임진각 망배단에) 오시는 것을 의미를 많이 두고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하십니다.
한국 정부는 실향민, 이산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산가족 화상 상봉장 7곳을 증설하고 북한에 관련 행사 개최를 촉구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이번 설에도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이뤄질 수 없게 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4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설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이산가족들과 탈북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소통하는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의 실향민, 김재삼 씨(96)는 명절마다 어릴 적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께 효도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재삼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며 “뵐 수 있는 기회가 꼭 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삼 씨: 올해로 집 떠난 지 73년이 됐는데, 나이 96에 늙었습니다. 평양에서 학교 다닐 적에 어머니께서 그 새벽밥을 해줘서 숭인상업고등학교를 5년동안 다녔는데요. 그 이후 바로 남쪽으로 오는 바람에 부모님께 월급타서 한번도 대접도 못하고 이렇게 나이를 먹으니 너무 죄스럽고…
한국 통일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기준, 이산가족 등록자는 모두 13만 3619명으로 이 가운데 4만 6215명이 생존해 있습니다. 생존자 가운데 65%가량이 80세 이상의 고령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