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미사일에 "도발" 없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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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최근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북한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이 같은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북한이 27일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해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서훈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열린 NSC 긴급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올해 들어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는 북한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최근 이어진 미시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NSC는 지난해 9월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한 바 있으나 그 이후로는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에 대해 한국 대통령 선거 정국,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 속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외신의 분석 보도를 소개하며 “NSC의 발표 입장이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과 대화 수용 등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연속적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미 북핵 수석대표도 전화를 통해 양자 협의를 가졌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며 강한 비판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선대위 평화번영위원회 및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명의 등으로 낸 성명을 통해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선대위 평화번영위원회는 “북한의 이 같은 도발 행위와 선거개입 시도는 남북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거듭된 군사적, 정치적 도발을 규탄한다”며 “그릇된 판단과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은 김정은 당 총비서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북한이) 한국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한국 내정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도 생기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안정적 유지, 앞으로 우리가 대화, 소통, 협력의 장으로 나가기 위해 자중하길 요청드리고 강력한 유감과 규탄의 뜻을 표합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이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 의지 자체를 무력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후보는 “올해 북한이 4.5일에 한번 꼴로 도발을 계속하는데 한국 정부는 우려와 유감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며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발사체를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행위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경과 8시 5분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190km, 고도는 약 20km로 탐지됐습니다.

합참은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며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무력시위는 올해 들어 6번째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지난 14일에는 열차에서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그 사흘 뒤인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지난 25일에는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올해 초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현대전에 상응한 위력한 전투기술기재개발’과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계획적으로 달성할 것을 강조한 바 있고,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통해서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기 개발 일정에 따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할 것이며 특정시점에는 ICBM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1일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