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력시위는 장기적 포석...다음단계는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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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전술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향후 해당 무기에 대한 국제 질서가 구축될 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평화포럼이 화상으로 주최한 ‘2022 한반도 정세 전망’ 토론회.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은 이 토론회에서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의 장기적인 계획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통제를 받고 있는 핵무기 등과는 달리 순항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 군사 정찰위성 등에 대한 통제가 강하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향후 미중 간 군사 대립이 첨예해져 핵무기 뿐 아니라 재래식 전술무기 등에 대한 군비통제가 시작되면, 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근거를 북한이 마련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1~2년짜리 계획이 아니라, 매우 장기적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다음 단계는 인공위성 등 우주 발사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해당 기술이 ICBM 발사에 직접 적용될 수 있고, 북한은 꾸준히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주장하며 명분을 쌓아왔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 개의치 않고 무력시위를 하는 것과 관련해선, 외부를 의식하지 않은 통상적인 훈련 및 국방력 개선 차원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일부러 민감한 시기를 택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다만,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정면돌파전’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와 그로 인한 경제난이 한계에 부딪혔고, 미중 갈등 상황에서 대중 의존도가 커지는 것도 북한에는 부담일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탄도미사일 등 재래식 전술무기 개발에는 다양한 산업적 기반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한정된 자원을 국방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북한의 고민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등이 경제난을 일으킨 반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외교·경제 실패를 가리는 수단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국경 봉쇄 해제는 시간문제인 만큼 그 이후의 방역 문제가 북한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에 이른바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며 적어도 오는 4월까지 남북, 미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2월 80번째 김정일 생일이나 4월 110번째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전략 무기를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당 정치국회의에서 광명성절과 태양절을 존재감 과시를 위한 정치적인 계기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재개 등이 빠르면 2월 16일, 늦으면 4월 15일쯤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아직은 전략무기 개발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이라며, 다만 올해 상반기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