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을 방문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국회를 찾아 야당 의원들과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인권단체와 피격·납치 피해자 가족을 잇달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나흘째인 18일 한국 국회를 찾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퀸타나 보고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회인권포럼과 아시아인권의원연맹이 주최한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한국 국회의원 회의’에 참석해 유엔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은 북한의 국경 봉쇄로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과 식량위기 등 북한 인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번 방한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의 마지막 방문이라며, 이 기간 중 북한 인권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이를 오는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방한 기간 중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 차관을 만나고 시민사회 관계자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며 “북한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정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국회 방문 전 일정으로는 NK워치를 비롯해 휴먼라이츠워치(HRW), 성통만사,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북한인권증진센터 등 북한 인권단체 인사들을 만나 면담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명철 NK워치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도 북측에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과 오는 3월 치러질 한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한국 내 탈북민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또 외부 정보 유입을 막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자유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전날인 17일엔 북한에 의한 피격·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났습니다.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는 퀸타나 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피해자와 관련해 ‘월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것과 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래진 씨: 한국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월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야 하고, 즉각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동생의 사망 경위를 보고관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북방한계선(NLL)과 사고 선박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며 설명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낼 탄원서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1969년 벌어진 북한의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 사건 피해자인 황원 씨의 아들 황인철 씨는 보고관이 면담에서 북한이 정치범수용소나 강제노동, 납북 및 억류 문제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고, 보고관에게는 오는 23일 열릴 방한 결과 발표 기자설명회에서 납북 피해자 송환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황인철 씨: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 당국에 직접 송환을 요구해줄 것과, 한국 정부측에도 북한에 대한 송환 요구를 할 것을 촉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날 보고관을 만나 유엔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평양 거주 납북자 21명에 대한 조사 내용을 청취하고, 유엔 측에 관련 내용 공식 확인을 북한에 요청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 날도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나우(NAUH),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북한전략센터,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 북한 인권단체 인사들을 만나 현안을 청취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퀸타나 보고관에게 북한 내 처형 및 암매장 장소 등을 조사·분석한 보고서인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을 에스빠냐어로 번역해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오는 19일엔 또다른 북한 인권단체인 물망초를 방문해 탈북 국군 포로들을 면담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