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보호책임 원칙, 이른바 R2P 대상에 해당한다며 이 원칙에 따라 북한 인권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북한인권법 제정 6주년 기념 세미나’.
기조발제에 나선 박선기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하고 책임 추궁을 권고한 지난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 정권의 악행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재판관은 R2P에 따라 북한 인권을 다뤄야 한다고 밝혔고 R2P 기본 책무에 반하는 대북전단금지법 등은 즉각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보호책임 원칙, R2P는 특정 국가가 집단학살(genocide),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전쟁범죄(war crimes),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 국제사회가 해당 국가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R2P는 지난 2005년 유엔 총회 때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구체화된 이후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재확인을 거쳤으며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처음 적용돼 국제사회가 개입한 바 있습니다.
박선기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가 R2P에 해당되느냐 따지면 당연히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R2P에 해당됩니다. (2014년) COI 리포트에도 명백히 적시되어 있습니다. 북한 인권은 북한 핵보다 더 긴급한 과제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박 재판관은 또 유럽, 아프리카, 아랍 등 지역별로 인권을 다루는 법적 기구가 있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아직 없다며 미국, 일본, 호주 등 역내 국가들과 협의해 별도의 인권 기구를 출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박선기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권을 다루는 법적 기구가 없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권위원회를 출범시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는 평양이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탈북해 현재 서울대 공대에 다니고 있는 김건일 씨가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같은달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초대하기 위해, 또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실행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동해로 넘어온 탈북민 선원 2명을 북한으로 강제추방했는데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로 강제추방 이틀 전인 5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김 씨는 또 “탈북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시간이 앞당겨지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조금 더 탈북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탈북민에게 더 양보하려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대학생 김건일 씨: (2019년 11월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은) 북한 내부에서 유행하고 있던 귀순의 기류를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문재인 정부였기에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귀순하면 다시 북송시킨다는 공포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조태용 의원은 환영사에서 “문재인 정부 5년은 북한 인권의 암흑기로 기억될 것”이라며 북한인권법 이행,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공조 강화, 북한 인권 실태조사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은 개회사에서 “오는 3월 3일 제정 6주년을 맞는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대헌장(magna carta)”이라고 강조하며 사문화된 북한인권법이 조속히 시행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16년 3월 2일 국회 통과, 3월 3일 공포된 법으로 북한인권재단 출범,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못했고 북한인권대사도 임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