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기독교인 1천여 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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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인민군이 한국전쟁 당시 기독교인 천여 명을 학살 혹은 납치했다는 조사 결과가 한국 내에서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가 최근 공개한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 보고서.

한국신학대학교의 박명수 교수 등 연구진은 진실화해위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에 피살, 피랍 등 희생을 당한 개신교인 1천26명과 천주교인 119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문헌조사, 관련자 증언과 연구물 수집, 피해교회 방문 등의 과정을 거쳐 확보한 명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명단 상 총 1천145명 중 피살자는 903명, 피랍자는 207명이며 이 외 35명은 옥사, 병사 등의 형태로 희생당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의 가장 많은 피해는 다른 민간인 피해와 마찬가지로 지난 1950년 9월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시작된 인민군의 퇴각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개신교 희생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72명은 집단 학살의 희생자로 분류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충청남도 논산의 병촌교회 소속 66명의 신자들은 1950년 9월 27일과 28일 인민군에 의해 구타당한 후 매장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달 27일에는 퇴각하던 인민군이 전북 정읍경찰서에 감금된 장로와 우익인사 500여명 중 350명을 유치장에 가둔 뒤 167명을 불에 태워 살해한 일도 있었습니다. 나머지 150명은 고부 임석리 두숭산 폐광에서 집단 학살 당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집단 학살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주교 희생자의 경우 한국전쟁 직전 혹은 전쟁 당시 피살, 옥사, 병사 또는 피랍 등의 형태로 피해를 입은 신부들과 신자들의 사례가 포함됐습니다.

보고서는 관련 문헌 등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당시 북한 당국은 기독교인들을 친미, 반공세력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들을 탄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사망과 실종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조사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구입니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후 해산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