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뮤직비디오 동원해 ‘김정은 우상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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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최대 명절이었던 '태양절' 명칭이 최근 사라진 데 이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찬양하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등 북한 당국이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정부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새 건전가요 ‘친근한 어버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위대한 영도자, 친근한 어버이로 묘사하는 가사와 함께 그 모습을 이른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시도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24일 “김정은을 부각시키고 우상화하려는 차원”의 시도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4월 15일을 최대 명절로 기념해 왔지만 올해 들어 ‘태양절’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있고, 반면 김정은은 ‘태양’으로 표현하는 사례가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등 선대에 대한 신격화를 줄이는 한편,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김정은 우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이른바 ‘두 국가론’을 내세워 대남노선을 전환한 것은 ‘한류’ 등 문화 유입을 막는 데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는 것이 수월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가 탈북민 6천여 명을 10년 동안 심층 조사해 올해 초 발간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자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탈북민들 가운데 8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을 통일의 대상, 같은 민족으로 전제하면 이를 차단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면 드라마, 영화 등 영상물을 접했을 때 이를 이적행위로 처벌하기 쉽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북한은 반동문화사상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강력한 수단을 마련해 한국을 비롯한 외부 영상물 시청과 한국 말투 사용 등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대남노선 전환을 통해 한국 문화 유입을 차단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은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열린 ‘북한의 대남기구 폐지 대응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의 말입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지난 2월 '북한의 대남기구 폐지 대응방안' 긴급 토론회): 교류나 협력을 통해서 약간의 비료나 식량, 인도주의적 지원, 의약품을 받는 데서 오는 물질적 이득보다는 같은 언어와 문화, 풍속을 갖고 있는 한국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이러다가는 체제가 극도의 위협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체제경쟁 패배를 자인한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도 거듭 확인하면서, 독일 통일 전인 지난 1974년 동독이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한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동독은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독일인이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으로 분리됐다는 주장 등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불법적인 하청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 유명 TV용 만화 영화 제작에 관여했다는 것,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한국 내에서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선 “대북제재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과 이란 간 군사협력 등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며 여러가지 동향을 관계기관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23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