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가족, 한국 정부에 “피해자 석방·송환 적극 나서달라”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자 석방·송환 노력을 촉구한 황인철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해자 석방·송환 노력을 촉구한 황인철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RFA PHOTO)

0:00 / 0:00

앵커: 지난 1969년 벌어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북 사건 피해자 가족이 어버이날인 8일, 더 적극적인 송환 노력을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한국 통일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설명회를 연 1969년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황인철 씨.

황 대표는 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사건 당시 납북된 아버지 황원 씨에 대한 그리움을 거듭 호소하면서, 한국 정부에 피해자 석방·송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김영호 통일부 장관 취임 직후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반’까지 신설됐지만, 피해 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가시적인 노력이나 성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황인철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귀를 열고, 눈을 뜨고 해결 방도를 마련해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송환을 이뤄 모든 납북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시길 바랍니다.

황 대표는 부친 황원 씨가 생존해 있다면 올해로 86세가 됐을 것이라며, 사건 발생으로부터 긴 세월이 흐른 만큼 피해자 생사 확인이나 명확한 책임 규명이라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송환에 대한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도록 북한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과 납북자 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할 것, 피해 가족들이 장관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정부 측에 요청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납북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지난 2013년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정부나 인권단체, 종교단체 등 여러 차원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최근 미국 측 선교단체가 방문해 김 선교사 석방과 송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사실을 전하며, 종교 뿐 아니라 정부, 시민단체, 언론 등이 북한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정삼 씨: 일단은 지금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를 위해 정부나 국내외 단체들, 언론 등이 자꾸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납북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일본과 다시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터너 특사는 “납북 피해자의 즉시 귀국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을 위해 북한 측의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미국 정부에게는 우선적인 사항”이라며 “많은 가족들이 고령에 접어든 만큼 납북자 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추진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일 간 조율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아직 그 지점까지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어떤 신호가 있을 때 조율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북 관계에 대해선 “미국은 대화에 긍정적이고, 이를 북한에도 명확히 전달해 왔다”며 전제 조건 없이 대화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계속 관여하는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습니다.

앞서 터너 특사는 지난 1일 미국을 방문한 납북 일본인 가족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습니다.

재일교포 북송사업 피해자 지원단체 ‘모두 모이자’의 리소라 사무국장도 이날 8일이 ‘적십자의 날’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재일교포 북송 65주년인 올해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