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양국관계를 동맹관계로 격상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쪽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서명도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19일 오후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에 돌입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회담을 마친 김 총비서는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두 나라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선언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으며, 이로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되게 지역과 세계 평화, 안전 환경을 수호하면서...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전략적 협력 의지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말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러시아 정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굳은 연대를 표시하며, 러시아의 모든 정책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확언합니다.
김 총비서는 북러 관계에 대해 “지난 세기 조·소관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 인민들의 우정과 민심이 더욱 굳게 다져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일관적이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며 이번 방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해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오늘날 양국 관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습니다. 오늘,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습니다.
양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앞서 예고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새 협정을 토대로 양국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은 1시간 30분 이상, 일대일 회담은 2시간 정도 진행됐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 정상회담에 다소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북러 간 군사협력 동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미일이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의 말입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전반적으로 북러 간 군사적 연계, 협력 강화 등을 포함해 일본을 둘러싼 지역의 안보 환경이 한층 엄중해졌다고 생각하며,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같은 날 기자설명회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 간의 정상적인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장관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앞서 중국 측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1948년 북한 정권이 출범한 이래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양국 정상 간 만남은 김일성 집권 당시 공식적으론 아홉 차례, 김정일은 네 차례,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지난해까지 모두 두 차례 이뤄졌습니다.
다만 1991년 소련연방이 무너진 뒤 양국 간 정치적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고, 1996년 12월엔 조·소 우호조약 효력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2월엔 북한에서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는데, 핵심 내용인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빠졌습니다.
같은 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과 2002년, 2011년 모두 세 차례 러시아를 찾았습니다.
2012년 집권한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첫 방문에 이어 2023년 9월 다시 러시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세 번째 정상회담이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