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재래식 전력, 지난 10년간 크게 강화”

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등이 주최한 ‘북한 김정은 정권 10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
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등이 주최한 ‘북한 김정은 정권 10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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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군의 핵과 재래식 전력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10년 동안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서울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북한 김정은 정권 10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토론회에서 ‘북한의 군사력 및 군의 역할 변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북한 군의 전력이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틀어 지난 10년 동안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북한이 핵실험을 빠르게 실시하고 다양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선이 많이 쏠렸지만, 재래식 군사력도 크게 증강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장 부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군사력 강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향후에도 이와 관련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는 등 전력 증강에 나선 한국과 한동안 군비 경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장 부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향후 군사 분야 뿐 아니라 수해복구 등 경제적인 분야에서도 필요시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 북한을 둘러싼 긴박하고 급변하는 제반 상황 때문에 이른바 ‘선군 정치’를 표방하며 군을 앞세운 것일 뿐, 군사와 경제 등 분야를 막론하고 북한 내에서 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 유지돼 왔다는 것입니다.

핵전력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현재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 가운데 무기급 플루토늄을 50kg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고, 고농축 우라늄은 매년 100kg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는 어느 정도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표준화와 규격화, 다종화는 아직 구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런 만큼 핵탄두를 탑재해 날릴 수 있는 핵미사일 보유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이른바 ‘3축 체계’와 관련해서는 공군 전력은 전반적으로 미흡하지만 잠수함과 미사일 역량은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만 북한이 독자적으로 원자로를 건설해 가동시킨 경험은 없는 상황이라며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관련해서는 130만에 가까운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유지하며 전력을 첨단화시키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된 부분인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향후 핵을 계속 보유함으로써 미국과의 균형을 추구하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의 협상 등을 통해 합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것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미국 측에 편승하는 것 보다는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을 펴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전망도 그것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자립적인 경제 기반 구축을 시도해 왔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닫혔던 북중 교역이 재개되더라도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경제적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하며, 북중 무역 중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아직 경제 위기나 체제 위기가 닥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자립경제 기반 강화를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또다시 중국에 의존하는 식으로 경제를 복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북중교역이 재개되더라도 상당히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폐기물에서 유용물을 회수하는 이른바 ‘재자원화’와 환율을 낮추는 방향의 ‘탈 달러화’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자립적 경제 기반 구축을 위한 시도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