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쌀, 보관기간 관계 없이 군량미 전용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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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에서 북한으로 지원된 쌀의 보관기간이 짧아 군량미로 축적돼 전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으로 지원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정된 쌀의 경우 보관기간이 길어야 1년이기 때문에 북한이 지원된 쌀을 군용으로 장기간 축적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 (전용 가능성은) 100%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볼 때는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봅니다. 볍씨로 주지 않고 도정한 이후 정곡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최대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그럼 군량미 축적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어 이 장관은 “한국의 쌀이 많이 비축돼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수입해야 하는 밀보다는 쌀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정책적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국 내에서는 북한으로 지원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반박이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쌀의 보관기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모니터링, 즉 지원된 쌀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전제되지 않으면 지원된 쌀은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군량미로 누적돼 있는 오래된 쌀을 지원된 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현재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 도정된 쌀이 제공되면 즉시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과거의 경우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부터 지원받은 쌀을 북한 당국이 다시 수거한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으로 지원된 쌀이 군으로 들어가는지, 민간으로 들어가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지원된 쌀에 꼬리표가 달리지 않는 이상 전용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민간용으로 쌀을 줬다고 해도 얼마 있다가 그 쌀을 군대 창고로 옮기면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거기다가 예전 쌀을 빼서 민간에 돌리고 군대에는 새로운 쌀을 공급하면 민간은 나쁜 쌀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어 권 원장은 도정된 쌀의 경우 3년 여를 보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정된 쌀은 최대 1년 보관이 가능하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을 반박한 겁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도 엄격한 모니터링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쌀지원이 이뤄지면 군량미로 전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쌀이 도정됐든, 안 됐든, 북 당국이 군용으로 쓰겠다고 결심하면 군용으로 전용되는 겁니다. (통일부 장관은) 지원된 쌀의 보관기간을 언급할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쌀을 보낼 수 있게끔 환경,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지원된 쌀의 군량미 전용을 막기 위해선 쌀 지원 대상 분류, 엄격한 분배 모니터링, 쌀 지원 이후 수혜자들의 영양상태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정부가 엄격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없다면 세계식량계획(WFP)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권태진 원장은 “WFP가 북한의 군사지역인 자강도에는 단 한차례도 식량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대북 식량지원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관은 WFP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19년 6월 북한의 식량 사정을 고려해 WFP를 통한 한국산 쌀 5만 톤 지원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거부로 쌀 5만 톤에 대한 대북지원 사업의 비용을 전액 환수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쌀 수령을 거부해 해당 사업이 불발된 겁니다.

이와 관련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최근 남북관계 교착과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대북 쌀지원 관련)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