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 양국의 외교차관보가 서울에서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날 한국에 입국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잇달아 만났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전 외교부를 찾아 한국 측 협상 상대인 여승배 차관보를 만나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 및 세계적인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양 차관보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하고,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래 한미 동맹의 협력 지평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양 차관보는 또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 공급망 등 세계적인 현안 해결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한미가 고위 및 실무급에서 활발히 소통해오고 있는 점을 평가하면서 향후에도 긴밀한 공조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국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양측의 회동 사진을 게시하고 “한미동맹은 시급한 세계적 도전과제들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며 “두 차관보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과 그 외의 지역에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전날 서울에 도착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이며 우리는 전 세계를 무대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후 한국 외교부의 최종건 1차관과 이성호 경제외교조정관,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도 잇달아 만났습니다.
특히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자리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자신도 한미동맹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내년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만나 한미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고, 오는 12일엔 야당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를 만납니다.
지난 9월 미 상원 인준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동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실무 총괄하는 인사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국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의 조율이 상당히 끝나 있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의 형식과 내용에 관해 미국 측과 아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미국 측과 아주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정 장관은 ‘한미가 종전선언 채택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이수혁 주미한국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큰 원칙에 합의했고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고 이를 통한 비핵화 달성 및 평화 정착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한미 간에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다만 ‘종전선언이 무난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종전선언이 미국과 한국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 추진에는 한미 간 조율 뿐 아니라 여러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이를 예단해서 조기에 성사 가능성을 점칠 상황이 아니며, 그 시기를 특정해서 예상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황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북한 측에 방안을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측에 방북 방안을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교황이 방북 의사를 갖고 있고 북한의 결심만 있으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황 방북과 관련해 북한 측의 부정적인 반응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교황청의 입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문제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증진, 북한 인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외면하거나 거리를 둘 생각은 전혀 없다며, 한국 정부가 최근 공동제안국으로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최종적인 합의 채택에는 참여해온 점을 언급하면서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 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는 남북 대화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이뤄지는 최종적인 결의안 합의채택에는 참여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한국의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한 질문에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어느 나라 못지않게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